글로벌 AI 벤처투자, 美 스타트업 72% '싹쓸이'…韓 1% 그쳐

올해 AI 투자액, 美 1140억달러·中 90억달러…韓 15.7억달러
유망 스타트업에 '쌈짓돈' 몰리는 승자독식 뚜렷…韓 걸음마 수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벤처투자(VC) 자금의 70% 이상을 미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은 미국·영국·중국에 한참 못 미치는 1%에 그쳐 AI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AI정책저장소의 벤처투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기준 전 세계 AI분야 벤처투자액은 총 1585억 달러로 10년 전(400억 달러)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국가별 벤처투자 유치 비중은 미국이 1140억4000만 달러(7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영국 115억1000만 달러(7.3%) △중국 90억7000만 달러(5.7%) △프랑스 31억9000만 달러(2.0%) 순이었다. 한국은 15억7000만 달러(1.0%)를 유치해 9위를 기록했다.

AI 벤처투자의 '미국 쏠림 현상'은 매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대미(對美) AI분야 벤처투자 비중은 64.4%였지만 올해는 7.6%포인트(p) 더 늘었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73분의 1, 중국의 6분의 1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국의 투자유치 비중이 낮은 이유는 '유망 스타트업'의 부재 탓이 크다. AI 분야는 메가딜(Mega Deal)로 불리는 초대형 투자가 잦은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괴물 스타트업'이 미국에 몰려있고, 이들이 '뭉텅이 투자'를 싹쓸이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의 분석 결과,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미국의 'xAI'로 110억2000만 달러(약 16조 3000억 원)를 유치했다. 이는 올해 중국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 총액(90억2000만 달러)보다도 많은 액수다.

2위는 빅데이터 전문기업 '데이터브릭스'로 총 85억 달러(약 12조 원)를 유치했고, 3위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로 총 66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자 받았다. 모두 미국 스타트업이다. 한국 기업 중에선 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이 1억4000만 달러를 유치해 최상위권에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전문가들은 국내 스타트업 육성 환경과 규제를 재정비해야 글로벌 벤처투자를 끌어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팹리스와 로보틱스·제조 현장에 결합한 피지컬AI 등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유망한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언어모델(LLM) 및 AI 활용 서비스 분야에서는 정부의 보다 과감한 선구매를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글로벌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모험자본의 확충도 병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미국에 투자가 집중되는 건 자금력뿐 아니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규제환경도 큰 몫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사전규제 및 허가 중심 환경에서는 xAI, 오픈AI 같은 혁신적 스타트업이 탄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 활용 규제, 불명확한 AI 책임 법제, 예측불가능한 규제 집행 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인 만큼, 규제가 아닌 '혁신 지원'에 방점을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승자독식의 경향이 큰 AI분야에서 명실상부한 3강 국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쟁력과 시장 여건을 고려해 AI 강점 분야를 세분화해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이 시장에 출시되기 위한 규제 시스템 재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