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일반 가정 V2G 충·방전 성공…'움직이는 발전소' 속도
일반 고객 40명 대상 충·방전 실증…양수발전 대비 수십조 절감
발전소·ESS 대체 기대…제도 정비가 상용화 관건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일반 고객 가정에 V2G(Vehicle-to-Grid) 시범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전기차와 전력망 간 양방향 충·방전에 성공했다. 연구소가 아닌 실제 생활 환경에서 V2G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제주도에서 V2G 시범 서비스에 참여한 일반 고객 가정의 충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전기차와 전력망 간 충·방전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심야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차량 배터리의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한다.
전기차를 이동 수단을 넘어 분산형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발전 연료 수급 안정화를 넘어 전력망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10kW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 대가 동시에 1시간 동안 방전할 경우, 최대 1GW 규모의 양수발전 또는 대용량 ESS에 상응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1GW는 대형 발전 설비 1기의 출력량으로, 부천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약 80만 명이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경제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30년 약 42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V2G 보급이 확대될수록 대체 전력 자원으로서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
한전의 산식을 적용하면 전기차 420만 대는 1GW 규모 초대형 발전 설비 42기에 해당하는 유연 전력 자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42기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양수발전으로 구축하려면 약 84조 원이 소요되지만, V2G는 약 5조 4600억 원 수준의 비용만 필요해 설비 투자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인프라 구축 기간 역시 양수발전은 7년 이상, 고정형 배터리 저장장치(BESS)는 6개월 이상 걸리는 반면, 기존 차량과 충전기를 활용하는 V2G는 1개월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주도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9과 기아 EV9을 보유한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가정용 V2G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에 참여한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EV9 차주는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돼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최저 배터리 잔량도 설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9 차주 역시 "차를 타지 않는 시간에 충전기를 연결해 두고 있다"며 "향후 V2G 전용 요금제나 세제 혜택, 전용 주차구역 등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이용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을 통해 고객의 충전기 연결 빈도, 시간대별 이용 행태, 배터리 방전 수용도 등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V2G 상용화 서비스 모델과 합리적인 고객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향후 '새만금 AI 수소 시티' 등 V2G 기반 신사업 전개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V2G 기술의 완성도와 시장의 기대감에 비해 국내 법적·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 법제상 전기차는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전기차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더라도 이를 공식 인정하거나 대가를 정산할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태다. 거래 참여 자격이나 전력 공급 대가 산정 기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않았다.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V2G를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제주 실증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의 전력 시장 참여 및 정산·보상 기준 등 법적 기반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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