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美 1월 최다 판매…현대차그룹, '트럼프 심술'에 10조 위기
한미 협상 지연 속 관보 게재 수순…연간 최대 10조 관세 부담 우려
경쟁 상대 일본·EU '15%' 관세, 시장경쟁력 약화 우려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심술'에 현대차그룹이 10조 원의 관세 폭탄 위기에 노출됐다. 지난 1월 미국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반등 계기를 마련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관세 인상 우려가 더 뼈아프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25% 관세가 적용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관세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사업계획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보 게재를 준비 중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비준하지 않는다며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미국에 파견해 설득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 측은 관세 재인상을 공식화하기 위한 관보 게재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비준'을 직접 언급한 만큼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국회는 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법은 이르면 다음 달 9일 이전 처리될 수 있다.
다만, 특별법 처리 이후에도 미국이 관세 인상을 철회할지 미지수다. 이날 새벽 미국에서 귀국한 여 본부장은 "입법 속도를 내겠다는 국회의 움직임은 분명 도움 된다"라면서도 "특별법 통과 뒤 미국이 관세 재인상을 철회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미 협상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관세 피해 규모가 지난해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현대차(005380)는 4조 1110억원, 기아(000270)는 3조 930억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 양사의 관세 부담 규모는 7조 2000억원을 웃돈다. 이는 지난해 4월부터 25%, 11월부터 15%의 관세율이 적용된 영향이다.
만약 25% 관세가 재적용될 경우 부담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관세 인상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관세 부담은 10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메리츠증권은 관세 인상 시 현대차 3조 1000억 원, 기아가 2조 2000억 원의 추가 영업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며, 이로 인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조정 폭은 현대차 -23%, 기아 -21%로 추정했다.
매달 수천억의 관세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관세 인상 적용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 본부장이 "미국 관보에 관세 인상 조치가 게재되더라도 인상 시점이 즉시인지, 1~2개월 유예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경쟁 업체들이 15%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 25% 관세를 부담할 경우 미국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의 판매 호조 흐름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 연간 도매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한 12만5296대를 판매하며 역대 1월 기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관세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을 인상하거나 판매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글로벌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관세가 올라가면 가격 경쟁력 유지와 판매량 방어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부담 확대는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지난해 관세 적용 기간 등을 고려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 비용을 상정하고 사업 계획을 세웠다.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한 대미 투자 확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31일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투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pkb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