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20년이 남긴 성과…부품도 없던 나라에서 車강국 키워
위기를 기회로 본 정몽구 회장, 해외거점 구축 '세계기업 육성'
-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장남 정의선 회장에게 배턴을 넘긴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0년 9월 이후 20년간 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다.
정몽구 회장 20년 체제는 말 그대로 격변의 시대였다. 자립 기술기반을 닦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부족했던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14일 현대차그룹은 화상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1개월 만에 총수자리를 물려 받았다.
자본금 1억원 규모로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세계시장에서 연간 750만대(현대·기아차)가량의 차량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1967년 현대차(옛 현대모타주식회사) 설립 당시 국내 자동차 관련 산업은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차를 수리해주는 정비소가 전부였다.
현대차는 이듬해 현대모타에서 현재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뒤 처녀작 코티나를 내놨고 74년 6월 세계 16번째 독자 모델인 포니를 출시하며 자립기술 기반을 닦았다.
1997년 외환위기(IMF)를 거친 뒤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한다.
외환위기 이후 시장변화를 내다보고 해외생산 거점 확보에 나선 정 회장 판단이 적중한 덕이다.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상승했던 당시 현대차 입장에서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해외에 파는 게 더 이익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97년 터키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98년 인도공장, 2002년 중국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생산거점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칫 무모해보일 수 있는 투자였지만 정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 붙였다. 정 회장의 뚝심은 외환위기가 끝난 뒤 빛을 발했다. IMF 사태 몇 년 뒤 내수판매는 정체기에 진입했다. 설상가상 수입차가 내수점유율을 늘려갔고 환율하락과 엔저 여파로 수출환경은 급속히 악화됐다.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현대차는 국내공장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글로벌화에 주력하면서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일찌감치 외환위기 여파에서 탈출한 현대차는 기아자동차까지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005년 미국, 2008년 체코, 2011년 러시아, 2012년 브라질에 생산공장을 지은 현대차는 중국 충칭공장까지 가동했다. 현대차는 충칭공장을 더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 터키 등에서 9곳의 해외공장을 가동 중이다.
내년에는 연산 25만대 규모의 인도네시아 공장 완공이 예정됐다.
기아차까지 더해 현재 운용 중인 해외공장 연간 생산력은 600만대에 달한다. 해외공장은 현대차가 2010년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5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옛 현대모타에게 부품을 공급했던 포드는 정몽구 회장 체제와의 경쟁에서 밀려 글로벌 판매량 6위 기업으로 뒤처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독자기술 개발과 글로벌화를 통해 이같은 성장을 이룩한 사례는 현대차가 사실상 유일하다"며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글로벌화를 이룩해냈다면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는 미래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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