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트라우마'에 떨어지는 개미 실탄…반도체 랠리 발목잡나

7일 기준 예탁금 93.9조…연고점 대비 45.7조 감소
개인 나흘간 14.5조 순매도…위험 선호 심리 훼손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2026.9.8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94조 원을 밑돌며 연초 수준으로 내려왔다. 대기자금이 줄고 개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AI) 호재로 기대감이 높아진 반도체 랠리에 수급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투자자예탁금은 93조 92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금은 지난 2일 102조 2672억 원에서 3일 97조 7615억 원, 4일 93조 5500억 원으로 이틀 만에 약 8조 7000억 원 줄었다. 7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3758억 원 늘었지만 94조 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연중 고점인 지난 6월 4일 139조 6948억 원과 비교하면 45조 7690억 원(32.8%)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매 등을 위해 증권사에 맡긴 자금으로, 증시의 잠재적인 매수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대기자금이 크게 줄어든 것은 증시의 매수 기반이 약해졌음을 시사한다.

개인의 최근 매매에서도 매도 기조가 뚜렷하다.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3일 9552억 원, 4일 3조 7229억 원, 7일 6조 8374억 원을 순매도했다. 8일에도 3조 334억 원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나흘간 누적 순매도 규모가 14조 5489억 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는 2일을 제외하고 매 거래일 순매도했다.

개인의 투자심리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는 앞선 하락장에서의 손실 경험이 지목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개인이 5~6월 코스피 7000~8500선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집중해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급락 과정에서 개인의 위험선호 심리가 크게 훼손됐다는 진단이다.

최근 반등도 개인의 매수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코스피가 4.61% 상승한 지난 7일에도 개인은 6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8일 역시 개인이 3조 원 이상 순매도한 가운데 코스피는 장중 7171.52까지 올랐다가 전 거래일보다 0.61% 내린 6952.65로 마감했다.

개인의 매도대금이 국내 주식에 재투자될지, 다른 투자처로 향할지가 향후 수급을 판단할 핵심 변수다.

최근 개인 매물은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3거래일간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3조 7387억 원, 4조 9614억 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수급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각각 15조 원, 40조 원 규모로 추진하는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주요 투자 주체의 수급이 개선돼야 한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AI 모델이 이전 작업의 맥락과 결과를 보존하고 재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메모리와 통신 인프라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모델의 발전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황 기대가 개인의 매수 전환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외국인·기관의 매수 지속과 함께 개인 매도대금의 재투자 여부, 줄어든 예탁금의 반등 여부가 반도체 랠리를 뒷받침할 수급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