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4년차…생보사 CSM 경쟁 넘어 '비보험 M&A' 전쟁

본업 한계 부딪힌 생보업계…자산운용·해외사업 등 비보험 강화

삼성전자 서초사옥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3년간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사활을 걸었던 생명보험사들이 이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비보험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으로 자본을 쌓는 데 성공했지만 시장 포화와 CSM 성장 둔화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큐온캐피탈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한화생명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를 패키지로 매각하는 구조다.

한화생명은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 최종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시장에서는 거래 가격을 1조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의 자산운용 역량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캐피탈사는 기업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대출(ABL) 등 다양한 기업금융 자산을 취급하고 전환사채(CB) 등 인수금융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SBI저축은행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교보생명은 SBI홀딩스가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약 9000억 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에 따라 여·수신 기능을 확보하면서 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갖추게 된 교보생명은 숙원사업인 금융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보험업계 리딩컴퍼니인 삼성생명도 KDB생명 인수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해외 자산운용사 투자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국내 보험사 인수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국투자금융, 흥국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참여했다.

이처럼 최근 대형 생보사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비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새로운 회계제도에 맞추기 위해 자본 확충에 집중했다. IFRS17 도입 이후에는 CSM 확보를 위한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그 결과 지난 3년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자본여력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과당 경쟁으로 시장 포화 현상이 심화됐고, 승환계약 등 불완전판매 문제도 잇따라 지적됐다.

여기에 CSM 성장세도 점차 둔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 한계가 더욱 뚜렷해졌고, 보험 본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IFRS17 도입 전에는 자본 확충, 도입 이후 3년간은 CSM 확보에 집중했던 생보사들이 이제는 M&A를 통한 비보험 강화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한화생명은 해외사업과 증권, 손해보험 등 비보험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교보생명 역시 금융지주사 전환과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비보험과 신사업, 해외사업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KDB생명 인수전 참여 역시 우량 자본 확보와 신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해도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GA 영업 확대와 자산운용 다변화, 신사업 기반 확보 등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외에도 상품군이 다양한 손해보험업계는 여전히 본업 성장 여력이 있지만 생명보험업계는 보험 본업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포화로 본업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해외사업과 자산운용 등 비보험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