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커진 개미 '레버리지 중독증'…미국장 '3배 ETF'로 몰려갔다

규제 시행 후 SOXL·KORU 등 3배 레버리지 거래액 급증
국내 코스피·코스닥·반도체 지수 레버리지도 '손실 복구' 대체재

월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스마트폰 주식거래 앱 화면에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2026.7.24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금융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자 다른 레버리지 상품으로 거래대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 지수형 3배 레버리지는 물론 국내 코스피·코스닥·반도체 지수 등 주요 레버리지 거래액이 모두 증가했다.

1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31일부터 8월 7일까지 6거래일간 국내 투자자가 거래한 해외주식 중 매수 및 매도 금액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로, 총 30억 8725만 달러(약 4조 4000억 원) 거래됐다.

이는 같은 기간 매수·매도 거래액 2위인 마이크론(4억 7343만 달러)을 현격하게 앞선 것으로, 나머지 2~10위 종목의 매수·매도 결제액을 모두 더한 것(28억 5867만 달러)보다도 많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7일에는 SOXL을 하루에만 4억 6854만 달러(약 6600억 원)를 순매수하면서, 2위인 스페이스X(4954만 달러)의 10배 가까이 순매수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31일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기본예탁금 기준을 높이는 규제를 시행한 여파로 해석된다. 규제 여파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액은 축소됐지만, 이 자금 중 일부가 지수형 레버리지로 옮겨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대표적인 지수형 3배 레버리지인 'KORU'도 규제 시행 전 6거래일간(7월 23~30일) 1억 5975만 달러 거래됐지만, 규제 시행 이후에는 6거래일(7월 31일~8월 7일)간 3억 4056만 달러가 거래돼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수형 2배 레버리지인 'QLD'와 'RAM'도 규제 전에는 각각 1억 90만 달러·4113만 달러가 거래됐지만, 규제 후에는 1억 2238만 달러·5019만 달러로 20% 이상 늘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 관계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있다. 2026.7.29 ⓒ 뉴스1 이종수 기자

투자금은 국내 지수형 레버리지로도 옮겨가고 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의 경우 규제 시행 전 7거래일(7월 22~30일)간 3조 7910억 원이었던 거래금액이 규제 시행 후 7거래일(7월 31일~8월 10일)에는 5조 6789억 원으로 4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KODEX 레버리지' 거래금액도 13조 323억 원에서 14조 841억 원으로 8.1% 늘었다.

특히 반도체 지수 기반 레버리지의 거래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KODEX 반도체 레버리지 ETF'의 경우 규제 시행 전 7거래일간 7319억 원 거래됐는데, 규제 시행 후 7거래일 동안에는 2조 211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가 막히자, 이들 종목 비중이 높으면서도 2배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재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정부 규제 시행 이후에도 이미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를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국내외 2~3배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지속하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를 간접적으로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만큼 이를 빠르게 만회하려는 심리가 있다"며 "지수형 등 레버리지 투자 자체는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ETF 규제는 증시 조정으로 인한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총액 축소와 맞물려 거래대금과 리밸런싱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규제만으로 풍선효과나 반도체 사이클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투자 수요를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규제의 장기적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