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증시에 찬물 끼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극단적 변동성…'투자 부적격 국가' 낙인
화려한 상품과 긴 거래시간 보다 일관된 정책과 신뢰가 필요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270 파크 애비뉴' 건물 꼭대기에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시장 입성을 축하하는 태극기 조명이 켜져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0 ⓒ 뉴스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연초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K팝은 세계로 뻗어나갔고 K콘텐츠는 글로벌 흥행을 이어갔다. 여기에 K증시까지 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이 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를 눌러 담았다.

세계에서 시가총액 1000조 원이 넘는 기업을 두 곳 이상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었다.

K증시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자부심이 생겨날 때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등장했다. 처음부터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지난 5월 27일 국내 자산운용사 8곳이 쏟아낸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곱버스(인버스2X) ETF는 K증시의 환호를 집어삼켰다. 해당 상품은 시장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만들어 냈다.

결국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에 이어 거래 제한, 레버리지 배율 축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규제가 잇달아 현실이 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누더기가 됐다.

이 과정에 시장의 신뢰도 잃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에 대한 낙관론을 거두고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블룸버그는 한국 시장의 변동성과 관련해 '투자 부적격 국가가 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냈다.

물론 부정확한 정보를 담은 블룸버그의 칼럼에 금융당국은 즉시 공식 반박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이 잃은 신뢰까지는 반박할 수 없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뉴욕 맨헤튼에 태극기가 걸렸을 때만 해도 K증시가 K팝, K콘텐츠처럼 새로운 한국의 경쟁력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화려한 상품보다 예측 가능한 제도와 일관된 정책을 더 높게 평가한다. 한국 증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상품도 더 긴 거래시간도 아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믿음이다.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K증시가 다시 세계의 선택을 받는 방법이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