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분리 규제' 전면 해제 수순…생성형 AI 넘어 보안 혁신까지

SaaS는 망분리 예외로 규정, '생성형 AI'는 샌드박스로 완화
미토스발 위기에 '보안 목적' 망분리 완화…전면 해제 시험대

6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AX 시대 해킹·보이스피싱 대응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10 ⓒ 뉴스1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3년 도입된 금융권 망분리 규제가 13년 만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면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분적으로만 예외를 허용해 왔으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기조 아래 근본적인 규제 틀을 바꾸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3년 은행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도입된 '망분리 규제'는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을 차단해 해킹 위험을 낮추는 성과를 거둔 반면, 금융권의 신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업무상 불편을 넘어 금융 경쟁력 저하 우려까지 나오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4년 '망분리 규제 개선 로드맵'을 수립했다.

해당 로드맵은 내부 업무망에서도 문서 작성, 화상회의 등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SaaS)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골자다. 초기에는 개별 금융회사가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지정을 신청해 의결된 건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규제 특례를 허용했다.

이후 금융위는 올해 초, SaaS의 경우 별도의 심사 절차 없이 상시 운영할 수 있도록 아예 규정을 개정해 망분리 예외로 상시화했다.

반면 '생성형 AI'는 여전히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대상이다. 신한은행과 교보생명이 2024년 특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하나은행·한화생명·웰컴저축은행이, 올해 3월에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각각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망분리 특례를 부여받았다.

지난 1일 정례회의에서도 하나은행, 토스뱅크, 삼성생명, 삼성화재,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20개사가 신청한 24건의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가 샌드박스로 대거 의결됐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를 활용한 사이버 보안 체계 구축을 위해 망분리 규제를 사실상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프런티어 AI '미토스(Mythos)' 등 고성능 AI가 기존 보안체계가 발견하지 못했던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복잡한 공격 시나리오까지 생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사이버 위협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AI 기반 공격에는 AI 기반 방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단순히 생성형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해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하고 보안 패치를 수행하는 경우까지 망분리 규제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0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긴급 소집해 AI 시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전사적 대응 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카드·보험사 등 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망분리 규제를 1년간 한시 완화해 AI 기반 보안체계를 실증하고 있다. 오는 8~9월에는 10~20개사를 추가 선정하고, 연내 총 49개 금융회사로 실증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도의 보안 역량과 AI 활용 능력이 검증된 금융회사는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AI 보안 대응을 독려하기 위한 면책 방안도 마련됐다. AI를 활용해 보안 테스트나 패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전산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복구하고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이행했다면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안 역량을 갖춘 것으로 확인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서비스 여부를 불문하고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해 스스로 AI 방어선을 구축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