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주주총회 이후'로 밀린다…'법 개정'까지 추진
금융위·금감원, 주도권 다툼에 발표 미뤄져…3~4월 발표 방향
'모범관행'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안 아닌 법률 개정도 추진
- 김도엽 기자,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준우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금융지주 주주총회 이후 발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주도권 갈등 속 한 차례 발표가 미뤄졌는데, 이미 주주총회 안건이 확정된 상황에서 서두르기보다 완성도를 높여야겠다는 판단이다.
1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사 지배구조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방안'을 금융지주 주주총회 개최 이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당장 이번 주주총회 안건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3월 말 혹은 4월 중 발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달 말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2일로 일정을 앞당기려 했다. 주요 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강력한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도, 뚜렷한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자, 주주총회 이전에 발표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주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0% 이상이 이달 임기 만료를 앞뒀으나, 실제 교체 폭은 지주마다 1~2명에 그치는 등 개선 의지가 떨어졌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우리금융이 지주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 3연임'의 경우 보통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의결 기준을 격상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동양·ABL생명 조건부 인수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 계획' 일환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당일 공시한지 세시간여 만에 돌연 발표를 취소했고 추후 발표 시점도 특정하지 않았다.
취소 배경으로는 당장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열리는 주요 금융지주 주주총회 안건에 선진화 방안을 담지 못하는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진행한 이사회에서, 이달 말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모두 확정했기 때문이다. 안건을 확정한 상황에, 지배구조 개선안 방안을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모범관행'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아닌, 법률 개정을 포함한 '강제성'을 두려는 목적도 있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임기 3년 단임제' 도입을 추진 중으로,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해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최초 임기 2년을 부여 후, 1년씩 연장하고 있는데 이를 3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금융권에선 발표 시점을 두고 당국 내 내부 갈등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당초 지배구조 TF는 금융감독원 주도로 진행됐으나,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 CEO 연임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똑같은 집단이 소위 '이너서클'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계속해 먹더라"고 지적한 후, 금융위원회 또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논의에 뒤늦게 참여한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 주도권을 두고 금융위·금감원 간 알력 다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특히 법 개정은 주무 부처인 금융위 몫으로 금감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 모범관행을 넘어 법 개정 사항까지 포함해 금융위가 주도권을 갖겠다는 행보로 풀이됐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별 '정관 변경'이 필요한 CEO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도 추진 중이다. 개선안 반영 후에는 CEO 연임 시엔 주주총회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 3연임 시 4분의 3 이상의 찬성표를 얻도록 하는 방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범관행은 행정지도 이하 수준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지만, 법률 개정까지 함께 담아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주총회는 오는 23일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24일 하나금융, 26일 KB·신한금융 등 순차적으로 열린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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