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고개든 '강달러'…환율 한때 20원 급등(종합)

(서울=뉴스1) 김도엽 문혜원 기자 =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며 중동 전쟁에 직접 뛰어들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8.7원 오른 1384.3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지난달 21일(1387.2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 환율은 1385.2원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하루 사이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환율은 중동 리스크 재점화에 따른 위험 선호 위축 심리가 반영됐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혀, 중동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국제 유가 상승, 주가 하락,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패턴을 나타내며, 이날도 아시아 통화 약세로 이어졌다.

특히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가 급등에 따른 추가 환율 타격도 불가피하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 5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봉쇄 현실화 시 '수입 물가 상승→무역수지 적자→통화 약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한다면 사실상 달러 자체보다는 위안화와 원화에 더욱 직접적인 약세 재료"라고 했다.

순매수를 주도하며 허니문 랠리를 이끌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664억 원을 순매도했다.

단기간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1352원까지 빠르게 하락한 환율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1380원까지 반등했다"며 "1차로 1400원에 주목하는 가운데, 시나리오별 유가에 연동된 흐름이 예상된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및 유가 불안 속에서 국내 증시 호조라는 상하방 요인 사이에 줄다리기 장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이번 주 환율 밴드는 1350~1390원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중동의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증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향후 사태 진행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언제라도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긴밀한 공조체계를 바탕으로 작은 변동성에도 경각심을 갖고 시장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강하게 당부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