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특별대책으로 등장한 '금가분리 유령' 사라지나…은행권도 '촉각'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금융위, 두나무 대주주 변경 신고시 심사
'암묵적 룰' 금가분리 완화 조짐…"이젠 분위기 달려졌다"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1784에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글로벌 진출 비전을 설명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날에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의 모습. 2025.11.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네이버의 핀테크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의 합병이 공식화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합병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이른바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핵심 이유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법적으로 전자금융업자이며, 은행 등 전통 금융사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가상자산 산업을 향한 인식 개선과 현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금가분리 완화 움직임에 은행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연내 추진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현실화되면 기존 금융사들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 또한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두나무, 대주주 변경 신고 들어오면 심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과 관련해 직접적인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결합 심사의 주체는 공정거래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심사는 '대주주 변경 신고'가 접수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대주주가 바뀌면 14일 이내에 금융당국에에 변경을 신고해야 한다.

이는 신고 사항이므로 심사를 받는 '승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 다만 대주주나 대표가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의 사실이 있을 경우 신고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도 하기 때문에, 신용정보법에 따라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양사로부터 직접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대주주 변경 이후 사후 신고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자'…법적인 금융사와 달라

업계 관심은 '금가분리' 적용 여부에 집중된다. 이는 금융은 안정성이 핵심인 만큼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사업과는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이번 합병에는 해당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우선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이나 보험사처럼 '전통 금융회사'가 아닌 '전자금융업자'다.

물론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업자를 정의하면서 '금융회사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네이버파이낸셜을 금융사로 보기는 쉽지 않다.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1784에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글로벌 진출 비전을 설명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날에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의 모습. 2025.11.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암묵적 룰' 금가분리…"이젠 분위기 달라졌다"

설령 네이버파이낸셜을 금융사로 보더라도, 금가분리 원칙 자체가 법에 명문화된 규제가 아닌 만큼 이를 근거로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금가분리 자체는 법적 근거가 없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가상자산 투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금융위는 금융사를 불러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보유, 매입, 담보취득, 지분투자 금지 등의 정부 방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때부터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해야한다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가 생겨 지금까지 신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투기·사기 이미지가 강했다면, 현재는 전통 금융사도 진입해야 할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새 기회' 촉각

금가분리 장벽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그동안 규제의 벽에 막혀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은행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어서다.

특히 새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한 이후, 은행권은 가상자산 사업을 위한 '물밑 준비'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논의하는가 하면, 개별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은행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월 1일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포함한 ‘'가상자산 제도화 2단계' 정부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열 예정이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