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속 1위 '암살자(들)', "직접 보고 판단" vs "보지도 말자"…엇갈리는 민심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이 영화는 소재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한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 비슷한 시기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내며 선전 중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지난 1일 하루 5만 5018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82만 1963명이다. 이로써 '암살자(들)'은 지난달 30일 당일 개봉작인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게 내줬던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암살자(들)'은 현재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려 영화 외적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파생하고 있다. '역사 왜곡' 논쟁은 야당 정치인들이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배후를 찾는 영화의 내용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라면서 '암살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같은 당 유영하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동)"라고 주장했다.
이에 영화 제작진 측은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또한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일부의 역사 왜곡 주장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다수의 야권 정치인이 '암살자(들)'을 비판했고, 거기에 더해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암살자(들)'의 영화감독, 작가, 제작자 등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불똥은 여러 방향으로 튀었다.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와 '지무비' 등이 영화와 관련한 논란을 의식, '암살자(들)'에 대해 리뷰한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일부 누리꾼은 배우 유해진이 모델로 등장한 버거킹 광고에 출연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아, 결국 해당 영상의 댓글 작성 기능이 정지됐다. 급기야 한 보수단체는 지난 1일 유해진의 서울 성북동 자택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예고해 화제가 됐다.
이에 '암살자(들)'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다음 주로 예정돼 있던 배우 및 감독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및 야외무대인사 행사 참석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제작사 측이 밝힌 취소 이유는 "모두의 안전과 원활한 행사 진행"이었다.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의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다양한 반응을 낳고 있다. 영화의 내용을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 주장하는 쪽에서는 영화에 대한 '불매 운동' 수준의 불호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거나 '기존에 지상파 방송 등으로 공론화가 된 내용을 다뤘는데도 영화의 내용을 넘어서서 창작자들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암살자(들)' 관련한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던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장문의 글로 '암살자(들)' 관련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암살자(들)'에 대해 제가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다, 따라서 그 리뷰에서 제가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입장을 알렸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도 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 창작자들을 향한 과도한 비난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입장을 전했다. 협회 측은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인들도 '암살자(들)'에 대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비난을 두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이상한 것은 육영수 여사의 불행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지상파에서도 오래전부터 다뤘던 의혹"이라며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점, 유독 '암살자(들)'에 대해서만 이런 무지막지하고 치졸한 정치 공세를 하냐"고 일침을 가했다.
전용기 최고위원 역시 "작품 자체를 부정하고 참여한 배우의 외모를 조롱하거나 영화계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힘은) 블랙리스트의 탄압 버릇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라고 밝혔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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