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끝줄소년' 최민식, 개연성 지적? "난 현실성 있다고 생각" [N인터뷰]①
'맨 끝줄 소년' 허문오 역
- 안태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극본 장명우/ 연출 김규태) 6회 전편이 공개됐다.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최현욱 분)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최민식은 극 중 연서대학교의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 역을 연기했다. 작가로 실패한 상처와 동료 작가 김수훈(허준호 분)에 대한 오랜 열등감을 숨기고 사는 인물이다. 자신의 수업에 들어온 이강의 글에 매료돼 그를 제자로 삼지만, 그러면서 결국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최민식은 허문오를 표현하면서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최민식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맨 끝줄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카지노'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번 시리즈 연기에 도전했던 최민식에게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개를 마친 소감을 밝힌다면.
▶사실 촬영하고 공개되기 전에 과연 시청자분들이 좋아할까 싶었다. '김부장'이나 '참교육' 같이 악을 박살 내는 시원한 작품이 여름에 딱 좋은데 이건 찌질하고 대환장의 이야기다. 좀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뭔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를 좋아해 주시는구나 느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연성에 대한 문제들을 지적하시더라. '어릴 때 조그마한 놈이 그 한마디를 들었다고 복수의 칼날을 갈아?'라고 하는데 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많나. '저걸 만약에 시나리오를 썼을 때 투자가 돼?' 하는 일들이 현실에 많다. 저도 그런 생각이 난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데, 지금도 정말 야속하고 소원한 일이 있었다. 폐결핵에 걸려서 죽을 뻔한 적이 있는데 제 앞에서 의사가 '죽는다, 돌려보내라'라고 했던 게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머니가 불같이 의사에게 화를 내면서 '당신이 의사냐'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아주 순수한 시절에 가슴에 대못이 박힌 이야기를 들은 건 평생 간다. 보편적으로 봤을 때 '말이 되냐?'라고 할 텐데,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창작의 범주 안에서는 '맨 끝줄 소년'이라는 텍스트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주제의 수단이지, 판타지가 됐든, 리얼 스토리가 됐든 그럴 수 있는 거다. 특히 배우 입장에서는 그걸 믿고 연기해야 한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는 호불호 반응에 대해 생각한 게 있나.
▶처음에 책을 읽을 때 관객들의 호불호를 따지면 안 된다. 호불호는 나중의 문제다. 내가 이걸 하고 싶냐, 안 하고 싶냐가 중요한 거다. '나중에 내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허문오를 연기하는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제가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탁구로 치면 리시브를 잘 쳐야 한다. 이 모든 건 이강이 짜놓은 판이고, 이 함정에 여지없이 걸려들어 가는 거다. 이강이 태풍의 중심으로서 얘가 돌면 허문오도 도는 거다. 최현욱의 연기에 내가 얼마나 잘 리시브를 하느냐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연기에 대한 평이 좋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연주만 할 뿐이다. 김규태 감독님, 대학 배경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총장님이라고 했다. 우리 총장님이 오케스트라를 잘 지휘하셨다. 그리고 배우들이 마음껏 한번 해보도록 했다. 취합할 것은 취합하고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는 완급조절을 잘해주셨다. 지휘자가 너무 잘하니깐 저는 그 지휘자의 지시에 따른 거다. 저도 저 나름대로 허문오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연기 합, 신에서의 목표 이런 것들을 생각한 것도 있지만 지휘자의 지휘에 잘 몰입한 거다. 배우들은 그런 세션맨들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클래식한 느낌이 났다. 요즘 트렌드하고는 다르다. 저는 이런 게 좋았다. '파이란'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학창 시절에 단행본으로 나온 단편 소설들처럼, 짧지만 강렬하고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날아다니고 때려 부수는 권선징악도 좋고, 그 나름의 기능이 있지만 뭔가 까발려서 들춰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인간은 원래 이랬어'라며 훌러덩 벗겨서 고깃덩어리처럼 놓고 보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올드보이' 속 오대수처럼 허문오가 말이 너무 많았다, 그 말의 대가를 치른다는 해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촬영할 때 '올드보이'가 안 떠올랐다. 완성하고 나니 공통분모가 있더라. ('올드보이' 속에서) 우연히 혓바닥 때문에 이우진에게 박살이 나고 혀가 잘렸음에도 ('맨 끝줄 소년'에서) 또 혀를 나불대다가 인수분해를 당한 거다. 결국 (두 작품 모두)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물리적인 폭력과는 다른 말과 글에 대한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허문오가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이강이라는 어린아이에게 엄청난 상처가 됐다. 그것에 대한 복수로 글을 수단으로 한 폭력을 하는 거다. 폭력의 수단이라고 말한다면 거창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저는 우리가 지금 너무나 많은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신을 넘어서서 증오와 분노,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 현실 사회에서의 말과 입으로서의 업보, 또 글로써 업을 쌓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N인터뷰】 ②에 계속>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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