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감독 "언젠가 스타 됐을 허남준, 시작 함께해 영광"

[N인터뷰]

한태섭 감독(왼쪽), 허남준/ SBS '멋진 신세계'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2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극본 강현주/연출 한태섭, 김현우)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 해진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일촉즉발 전쟁 같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운명적 서사에 코믹한 설정, 촘촘하게 배치된 복선이 어우러진 드라마는 흥미진진하다는 호평 속에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마지막회인 14회는 11.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 상반기 히트작이 됐다. 또한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도 비영어권 TV쇼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새로운 '로코 인생작'을 만들어난 한태섭 감독과 강현주 작가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에 감사를 표하며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한태섭 감독(왼쪽), 임지연/ SBS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종영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국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 노력했는데, 해외에서도 이렇게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 너무 감사하고, 추운 겨울 오랫동안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작은 보상이 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특히 '투병 중인데, 녹록지 않은 현실에 힘들다가도 이 드라마 덕분에 웃음이 터지고 하루하루 버틴다'는 글을 남겨주신 시청자분이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돼 뿌듯하다.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진정성 있는 주제와 디테일한 극본, 배우들의 호연과 앙상블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고 본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외롭더라도 버티다 보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단순하지만 따스한 주제가 이 작품의 뿌리였고, 이 주제를 작가님께서 사랑을 통한 성장과 구원 서사로 촘촘하게 그려 냈다. 이 진정성 있는 대본을 꼼꼼한 스태프들의 노력이라는 줄기로, 배우들의 호연과 앙상블이라는 잎으로 함께 뻗어 나가며 풍성한 이야기를 꽃피웠고 시청자들의 큰 사랑이라는 과실을 얻게 된 것 같다.

-각 역할 배우가 '찰떡' 같이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대본의 난도가 높아 캐스팅이 너무나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조선시대와 대한민국 두 타임라인을 오가는 서리 캐릭터의 감정선이 복잡했고, 서리와 세계 캐릭터는 개성이 강한 코미디와 설레는 로맨스, 절절한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어야 했다. 두 인물 간 케미스트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다행히 작가님과 내가 가장 원하던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고, 이후 작가님과 '이건 됐다!'라며 쾌재를 불렀다. 또한 두 배우를 중심으로 다른 조연 캐릭터들과의 조합, 대비, 상성 등 밸런스를 꼼꼼하게 따져가며 전체적인 앙상블을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리얼한 톤에 주안점을 뒀다. '멋진 신세계'는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이 건드리는 주요 감정들은 원천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희로애락이었기에 자칫 이야기가 가짜 같다는 인상을 주면 시청자의 감정이입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작품을 한정 짓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진짜 같음'을 추구했다. 특히 사극 파트의 리얼리티가 중요했다. 단심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기도 하고, 서리의 감정선에 따라 시점이 순식간에 조선시대로 옮겨가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극 파트는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따라서 의상, 미술, 소품, 로케이션 등 최대한 격조 있고 절제된 조선 후기의 미학을 표현하려 했다. 연기의 디렉션도 배우들끼리 주고받는 감정과 미묘한 호흡, 리액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출자로서 주문하기보다는 배우들의 자유로운 해석과 과감한 표현에 맡겼다.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게 보면서 자란 2000~2010년도 SBS 수목드라마의 대중적인 정서와 재미를 2026년에 금토드라마에서 다시금 재현하고 싶었다.

-주연 임지연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임지연은 '멋진 신세계'의 시작과 끝이었다. 가혹한 날씨와 살인적인 스케줄, 압도적인 분량이라는 풍파에 맞서 시공을 초월하는 기적 같은 연기로 캐릭터와 주제를 완성시켜 줬고 '차력쇼'를 요구하는 코믹, 멜로, 액션 등 난이도 높은 장면들에 스스로를 마음껏 내던지고 신인 연출의 디렉션도 모두 다 수용하여 해내는 모습을 보고 연기자를 넘어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존경이 샘솟았다. 5부 감전 엔딩씬을 찍는데 눈을 하얗게 뒤집는 컷을 찍고 '이 컷 써도 되나요?'라 물어보자 '이렇게 해야 재밌지 않아요? 꼭 써 주세요'라고 하는 답변을 듣곤 시청자들이 서리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겠단 확신이 들었다. 함께 이 멋진 작품을 완성해 냈다는 경험이 내겐 오래오래 영광으로 남을 것 같다.

-허남준이라는 또 한 명의 '로코 장인'을 발굴하기도 했다.

▶허남준은 아직도 매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유니크한 배우다. 외양은 단단하고 섹시한데 내면은 유쾌하고 말랑해서 '뭐 이런 입체적인 사람이 다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단 매우 유연하다.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몸을 쓰는 연기의 유연함 뿐만 아니라, 힘든 현장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활짝 열려있다'는 인상을 준다. 언제나 온화하고 쾌활한 태도로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어 줬다. 타인을 향한 '열린' 마음은 저뿐 아닌 동료 배우, 현장 스태프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영감을 줬다. 그 유연함 속에 단단한 자신만의 주관과 연기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허남준 배우가 여러 경험을 통해 쌓아온 연기에 대한 진심과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삶이 언젠가는 그를 스타를 만들어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찾아왔을 그 영광의 시작을 '멋진 신세계'라는 작품을 통해 함께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