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미투자 24억달러, 외화자산 활용…원전 100억달러는 사업성 검토 후 집행

내년 투자채권 보증 70억 달러…운용수익·차입 병행해 재원 조달
투자 확대에 환율 상승 압력…정부, 송금 시점·조달 방식 조절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기사와 사진은 관계없음) ⓒ 뉴스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첫 대미투자금 24억 달러(약 3조 2600억 원)를 한국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이 보유한 외화자산으로 마련해 미국에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미투자 1호 사업인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이다.

정부는 연내 후속 원전 사업에 최대 1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해 집행 시점과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채권 발행 등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24억 달러 송금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새로 매입하지 않은 만큼 시장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 규모가 커지면 달러 수요 증가로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금 시점과 규모, 재원조달 방식을 조절할 방침이다.

첫 24억 달러는 외환보유액…연내 원전 100억 달러는 사업성 검토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 송금한 첫 대미투자금 24억 달러는 한은과 외평기금이 위탁한 외화자산으로 마련됐다.

두 기관이 합쳐 24억 달러를 한미전략투자기금에 맡기고, 기금이 미국 측 투자목적법인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이 자금은 대미투자 1호 사업인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사업 착수와 발주 등에 사용한다.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로, 인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기금은 미국 측에서 '캐피털 콜'로 불리는 투자금 납입 요청이 들어오면 필요한 금액만큼 한은과 외평기금에 자산 위탁을 요청해 재원을 확보한다.

정부는 후속 원전 사업에 올해 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추가로 송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발주부터 제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자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선급금이다.

원전 사업은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따른 것이다.

한국형 APR1400 2기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를 건설하고, 한국의 시공사와 기자재 기업도 참여하도록 했다. 전체 재원은 건설비 약 1000억 달러와 예비비 200억 달러를 합쳐 최대 1200억 달러다.

양국은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 등 국내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는 원전 협력의 큰 틀에 합의한 단계로,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개별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사업성을 검토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원전은 상업적 합리성과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자금이 나가는 것"이라며 "미국 측이 요청한 시한은 있지만 국내 절차가 끝나야 해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100억 달러를 연내 모두 송금하면 올해 집행액은 124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최대 2000억 달러(약 270조 원)를 들여 텍사스에 6기가와트급 발전 시설 등을 건설한다"고 대미투자 규모를 발표했다. 이날 대미투자에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화력 발전소 건설과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내년 채권 보증 70억 달러…투자 확대에 외환시장 부담

정부는 올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되 조달 여건에 따라 차입도 검토하고, 내년부터는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채권 발행으로 재원조달 수단을 넓힐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한미전략투자채권의 국가보증 한도를 70억 달러(약 10조 4000억 원)로 설정했다.

대미투자의 연간 송금 한도는 최대 200억 달러지만 이를 전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구조는 아니다.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차입 등을 병행하는 만큼 70억 달러의 보증 한도로도 필요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달러·원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국내 시장에서 매입하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에 송금한 24억 달러 정도로는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100억 달러를 추가로 보낼 경우에는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뒤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면 환율이 오르는 것"이라며 "외화채권을 발행하면 외채는 늘어나지만 외환시장에는 그렇게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화채권으로 달러를 직접 확보하면 국내 시장의 수급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향후 외화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남는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에서 자금을 빼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정부가 결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하면 환율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최근 송금한 24억 달러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달러를 새로 매입하지 않아 시장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투자 과정에서 외환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송금 시점과 집행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투자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영향이 없도록 하는 수준에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