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전속거래' 족쇄 풀렸다…타사 제품 최대 40% 구매 허용

공정위, 표준대리점계약서 개정…사후정산제 폐지가 원칙
"정유사간 공급 경쟁 촉진 기대"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2026.8.21 ⓒ 뉴스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앞으로 주유소는 상표 계약을 맺은 정유사 제품을 60% 이상만 사면 나머지 최대 40%는 다른 정유사 제품으로 채울 수 있게 된다. 제품을 공급받은 뒤 한 달가량 지나 평균가로 정산하던 사후정산 관행도 원칙적으로 사라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정유사와 이를 받아 재판매하는 주유소 간 대리점 거래에 적용되는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불거진 전속거래·사후정산 관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뤄졌다.

전속거래는 특정 정유사로부터 제품 전량을 공급받도록 해 주유소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이고, 사후정산은 제품을 공급받은 뒤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최종 정산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지난 4월 9일 한국주유소협회와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S-OIL, GS칼텍스 등 정유 4사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은 이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다.

개정된 표준계약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주유소가 상표 계약을 맺은 정유사 제품을 월 구매량의 60% 이상 범위에서 구매하고, 나머지는 다른 정유사 제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기존에는 사실상 전량구매 계약이 관행이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혼합구매가 표준계약서에 명문화됐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정유사가 주유소에 100% 전량구매를 강요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금지돼 있어 혼합구매가 새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합의사항을 표준계약서에 명시해 실제 거래 관행을 바꿔나가려는 취지다. 주유소가 혼합구매를 한다는 이유로 정유사가 공급가격이나 물량, 거래조건에서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함께 마련됐다.

두 번째는 사후정산제 폐지다. 개정 계약서는 정유사가 주유소의 제품 발주 시점 가격으로 대금을 정산하도록 원칙을 바꿨다. 기존에는 발주 시점 가격으로 우선 구매한 뒤 한 달가량 지나 월 평균가격으로 다시 정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최종가격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구조였다.

다만 사후정산 방식을 원하는 주유소도 있는 만큼, 주유소가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사후정산을 허용하되 정산 기한은 기존 한 달에서 7일 이내로 단축했다.

공정위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리점 거래가 활발한 업종별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식음료·의류·통신 등 19개 업종에서 이미 표준계약서가 제정돼 있다. 석유유통업종 표준계약서는 2020년 12월 처음 제정된 뒤 2022년 12월과 2023년 9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개정이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계약서가 개별 계약에 반영되면 혼합판매가 활성화되고 정유사 간 공급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투명한 가격 결정을 통해 주유소가 소비자 판매가격을 더 자유롭게 결정하는 등 주체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계약서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석유유통업계의 거래 관행이 실제로 바뀌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