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특약·계약서 미발급"…공정위, 쿠팡·CJ·롯데·한진·로젠 과징금 30.8억

택배사 갑질 특약에 철퇴…부당특약 계약 9186건
"계약서도 제때 안 줘"…최장 761일 발급 지연

서울 시내의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택배 영업점, 터미널 운영사업자, 화물운송업자 등에게 택배·배송 등의 용역을 위탁하며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으로 이들 회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0억 7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7억 5900만 원) △CJ대한통운(6억 1200만 원) △롯데글로벌로지스(6억 3300만 원) △한진(6억 9600만 원) △로젠(3억 7800만 원) 등이다.

이들 회사는 재발방지명령과 90일내 특약조항 수정·삭제 명령을 부과받았다. 다만 롯데는 심의일 기준 신규계약서 발급을 완료해 수정·삭제 명령은 부과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불공정 하도급거래관행이 택배 종사자들의 온열질환과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따라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택배사업자들의 작업현장을 점검하면서 시작됐다.

김동명 공정위 신사업하도급조사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8월부터 전국 단위 물류망을 갖춘 상위 5개 택배사업자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시행 중인 계약서 총 9186건을 전면 검토했다"며 "조사 착수 3개월여 만에 신속하게 안건을 상정해 올해 3~4월에 집중적으로 심의해 부당한 계약조건을 시정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책임 전가·쟁의 손해배상까지…영업점에 부당특약

이들 사업자는 다양한 형태로 영업점 등의 이익을 침해하는 특약을 설정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안전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영업점 등에게 전가하는 특약 △현금 담보 기간 중 발생한 이자수익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특약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영업점 등이 배상하도록 하는 특약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때 드는 비용 일체를 영업점에 부담시키는 특약 등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에 부당특약에 대한 재발방지명령을 부과하고 심의일 기준 계약서 수정 및 재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들에게는 부당특약 수정·삭제 명령을 부과했다.

또 공정위는 부당특약을 적용받는 계약 건수와 수급사업자들 수가 상당하고, 사업자들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 법 위반이 장기간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24억 7800만 원을 부과했다.

업체별 부당특약 계약건수와 관련 수급사업자수는 △쿠팡(1155건·553개) △CJ대한통운(2306건·2175개) △롯데(3609건·1211개) △한진(1664건·773개) △로젠(452건·230개) 등이다.

업체별 부당특약 개수와 유형 수는 △쿠팡(14개 조항·5개 유형) △CJ대한통운(11개 조항·3개 유형) △롯데(25개 조항·4개 유형) △한진(11개 조항·5개 유형) △로젠(11개 조항·5개 유형) 등이다.

업체별 법 위반 기간은 △쿠팡(2022년 1월~올해 3월) △CJ대한통운(2022년 4월~올해 3월) △롯데(2022년 1월~올해 3월) △한진(2021년 7월~지난달) △로젠(2023년 12월~지난달) 등이다.

계약서 없이 용역 시작…서면 미발급·지연 2055건

이들 회사는 수급사업자에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 서면을 발급 하지 않기도 했다.

이들은 택배 물품의 집화·배송, 물류터미널 운영 및 터미널 간 화물운송 용역 등을 영업점 등에게 위탁하면서 총 2055건의 계약에서 계약 서면을 용역수행 시작일까지도 발급하지 않았다. 최장 지연일수는 761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는 "서면을 적시에 발급하지는 않았지만 뒤늦게라도 발급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공정위는 서면을 받지 못하거나 지연 발급받은 수급사업자와 관련계약건수가 상당한 점, 사업자들 대부분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로서 하도급거래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어 로젠을 제외한 4개 사업자에 총 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관련 수급사업자수, 관련계약 건수, 서면발급 지연일수는 △쿠팡(550개·1047건·1~200일) △CJ대한통운(141개·144건·1일~334일) △롯데(360개·580건·1일~761건) △한진(227개·270건·1일~311일) △로젠(13개·14건·1일~26일) 등이다.

"택배시장 90% 대형사 관행 개선 기대…불합리한 관행 적발"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심사과정에서 택배사업자들로 하여금 문제 된 특약 전부를 신속하게 시정하 계약관리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계약서면 미발급 관행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도록 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국내 택배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형 택배사업자들이 실제 택배업무를 수행하는 수급사업자들에 대한 통제와 압박의 수단으로 만든 불합리한 특약을 수정·삭제하게 함으로써 배송기사 등 택배종사자들이 겪어 온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과 업무 부담의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택배사업자들이 화주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물류시설에 투자하고 사업 규모 확장에 주력해 단기간에 사업 규모를 키워 온 것과는 달리 공정한 계약체결 관행의 정착에는 소홀해 관련 시장의 불공정성을 심화시키고 택배종사자들의 안전에 대한 투자와 책임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금번 조치로 이러한 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