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하윗 "AI는 아직 어린 기술…삼성·하이닉스 호황 과세 급진적"

"반도체 호황, 세수 집중 가능성 있지만 관망 필요…교육·안전망 우선"
"반도체·AI 의존만으론 부족…창조적 파괴 원천은 스타트업"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성장추세 반전을 위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브라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서울=뉴스1) 심서현 기자

"인공지능(AI)은 아주 젊은 기술이다. 이에 따른 반도체 산업 호황이 앞으로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호황을 곧바로 초과이익 환수나 'AI세' 논의로 연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브라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피터 하윗(Peter Howitt·79)은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성장추세 반전을 위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 콘퍼런스에서 "언젠가는 AI가 부와 세수의 집중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그 방향으로 가기 전에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망(wait and see)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기조발제자로 참석한 하윗 교수는 별도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거둔 이익을 초과 세수 환수나 'AI세'로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윗 "AI세 같은 급진적 조치 필요한지 확신 어려워"

하윗 교수는 "한국 정부가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성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에서 늘어난 세수 덕분"이라면서 "그것이 충분한지, 또 추가로 환수해야 하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아직 매우 젊은 기술이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 모른다"며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지금처럼 좋은 실적을 계속 낼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AI세처럼 급진적인 조치가 필요한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덴마크식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제도나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개편처럼 청년들이 새로운 기술에 더 잘 대비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윗 교수는 AI가 불평등을 일방적으로 키우기보다, 반복적인 인지 업무를 자동화해 저숙련·초급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AI는 인적자본 분포의 하단에 있는 사람들의 소득 잠재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을 노르웨이식 국부펀드나 국민배당금 논의와 연결하는 최근 흐름과는 반대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초과 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얘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아무 원칙도 없이 그 초과 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하윗 교수는 AI의 혜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했다.

그는 AI가 반드시 소득 불평등을 키우는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그는 "AI는 많은 사람이 수행하는 반복적인 인지 업무를 자동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인적자본 분포의 하단에 있는 사람들의 소득 잠재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5 ⓒ 뉴스1 허경 기자
삼성 성과급 논쟁엔 "수익성 높으면 보상도 높아져야"

하윗 교수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성과급 배분과 노사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운 정치, 경제적 사안”이라면서도, 기업 성과가 좋을 때 노동자 보상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수익성이 높을 때 보상도 높아져야 하고, 수익성이 낮을 때 임금도 낮아져야 한다"며 "수익성과 임금이 대칭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가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노동 문제"라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일부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만 의존해서는 장기 성장 경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세계 선도국가이며 이를 계속 혁신해야 한다"면서도 "몇 개 부문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창조적 파괴의 궁극적인 원천"이라며 "특히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기술 프런티어에 진입한 만큼, 이들 기업에 강한 인센티브와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26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2025.8.26 ⓒ 뉴스1 윤일지 기자
韓 대미투자 회수 우려엔 "美 정부, 자원 배분 잘못…경제에 해로워"

하윗 교수는 조선·에너지·제조업 등 미국 내 정치적 성과를 부각하기 쉬운 분야에 한국의 대미투자가 집중되는 데 따른 실익 우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단정을 피하면서도, 현 미국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 미국 행정부는 자원을 잘못 배분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에 매우 해로운 여러 정책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고 주식시장이 계속 고점을 경신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은 공격받고 있고, 무역 질서는 흔들리고 있다"며 "나쁜 경제적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