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CPTPP' 가입 재점화…한일 실무논의 착수
한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가입 열쇠 쥔 일본 기류 '긍정적'
농축수산물 시장개방 설득 과제…"특정국 의존 탈피, 다자블록 필수"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관세 발언이 한국 수출 경제에 또다시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통상정책이 정치적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판단에 좌우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미국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국가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재추진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의 CPTPP 가입 재추진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간 실무 논의가 시작됐다. 이는 지난달 14일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양국은 CPTPP 가입 문제를 둘러싼 협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자유무역 기반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다자 간 블록형 통상체제를 새로운 돌파구로 판단하고 CPTPP 가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구체화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실제 지난해 9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CPTPP 회원국 경제장관들과 잇따라 양자 회담을 갖고 한국의 가입 신청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전과 달리 가입 열쇠를 쥔 일본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CPTPP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국을 승인하는 구조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가입 신청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농어업계의 반대와 일본 측의 반대 입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14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한국의 기본적인 접근 방향을 얘기했고, 긍정적인 톤으로 논의가 됐다"고 밝혔다.
CPTPP는 일본,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으로, 회원국 간 폭넓은 시장 개방과 통상 규범 통일을 목표로 한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관세 철폐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회원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CPTPP 회원국에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농축산물 경쟁력이 높은 국가와 일본 등 수산 강국이 다수 포함돼 있어, 농수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급변하는 통상 환경을 배경으로 꼽는다. 대표적인 요인이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상호관세 역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아 대미 투자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며 다시 25% 관세 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농·축·수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로, 한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의 농업 부문 평균 관세 철폐율(72.0%)을 크게 상회한다. 가입이 현실화할 경우 농업 개방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호주·캐나다·뉴질랜드·영국 등 주요 회원국이 세계적인 축산 강국이라는 점에서, 축산물 추가 개방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PTPP 가입 절차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공격받는 자유무역, 주요국 FTA 논의 동향과 시사점'에서 한국이 내수 시장이 작고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임을 강조하며, 신규 FTA 체결보다는 기존 FTA 개선·보완을 통한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지난 5년간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은 연평균 5.1% 증가해, 세계 전체 수출 증가율(4.7%)과 FTA 미체결국 수출 증가율(3.7%)을 상회했다. 이는 FTA가 한국 수출을 안정적으로 견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미 협상을 마친 걸프협력회의(GCC), 아랍에미리트(UAE),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4국과의 FTA를 조속히 발효하고, 이미 체결된 FTA에 비해 자유화 수준이 높은 CPTPP 가입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EU도 CPTPP 가입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 등 경쟁국 대비 불리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CPTPP 추진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CPTTP 가입 추진과 관련해 "당초 태평양 국가 간 만들어진 것인데 최근 영국이 가입했다. 우리도 어느 특정 산업 분야에 어려움이 있어도 가입해야 한다"며 "베트남도 했는데 우리가 뭘 무서워하는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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