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등에 100조 지원 길 열린다…한은 대출제도 개편
'100배 빠른 뱅크런' 대비…예금기관 유동성 공급 한계 개선
은행엔 상시대출 강화…2금융권은 금통위 의결로 빠른 지원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대출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최근 새마을금고 등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 조짐에 소매를 걷은 것이다.
이로써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제2금융권은 향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결을 거쳐 약 10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은 대략 90조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 조달이 상시적으로 가능해진다.
한은은 27일 금통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은행 대출제도 개편 방향'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편은 혹시 모를 뱅크런 가능성을 방지하고 만일 뱅크런 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 길을 넓히려는 목적에서 나왔다.
한은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예금인출 확산 가능성에 대비한 중앙은행 차원의 정책수단 정비·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시 유동성 확보에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 한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은은 은행에 대한 상시 대출제도(Standing Lending Facility)인 '자금조정대출'의 적용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기존에 해당 대출제도는 기준금리에 1%포인트(p)를 얹은 금리를 적용했는데, 오는 31일부터는 기준금리에 0.5%p만을 얹는다.
아울러 오는 8월31일부터는 적격 담보 범위에 9개 공공기관 발행채, 은행채·지방채,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우량 회사채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적격 담보 범위가 확대되면 은행 등에 대한 대출 규모가 덩달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자금조정대출은 은행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때 상시적으로 손을 뻗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를 쓰려면 1%p의 가산금리는 물론이고 고유동성 증권으로 한정된 담보 등을 감내해야 해 은행 입장에서는 오히려 단기금융시장에서 낙인이 찍히는 효과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은행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금조정대출에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또한 평상시 만기는 1영업일(재연장 가능)이지만 금통위가 인정할 경우 한 번에 최대 3개월 범위 내에서(재연장 가능) 신청할 수 있도록 했기에 은행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한은의 입장에서 급한 불은 비은행기관이다. 여기서 비은행기관은 상호저축은행·신협·농협·새마을금고 등을 가리킨다.
한은은 현행 한은법 상 제약에 따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지원이 용이치 않다. 특히 자금조정대출과 같은 상시 대출제도는 은행에 대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한은은 뱅크런 등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은법 80조에 의거해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대해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히 결정하기로 했다.
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에 있어 금통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영리기업에 대하여 여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비은행기관 중앙회에 대한 대출 시 은행(자금조정대출)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하기로 했다.
빠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서는 감독 당국과 한은의 수시 정보공유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기관의 적격담보가 기타 시장성 증권까지 확대되면 은행에 대해서는 상시 유동성 지원 역할이 강화되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도 금통위 의결 시 유동성 지원 효과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의 경우 유사 시 자금조정대출을 통해 약 90조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으며, 비은행기관의 경우 은행에 준하는 적격담보 인정에 따라 금통위 의결을 통해 약 10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비은행기관은 기존 적격담보증권에 따른 규모가 63조원이었으니, 유동성 조달 한도가 40조 정도 더 늘어나는 셈이다.
당장 적용할 사안은 아니지만 더욱 강력한 처방도 나왔다.
한은은 향후 대출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뱅크런에 대한 은행 등의 대응 여력은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평가되나, 디지털 뱅킹 심화로 인해 뱅크런이 예상보다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한국의 뱅크런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 더 빠를 수 있다고 비유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예금취급기관이 뱅크런에 대응하고자 보유증권을 시장에 투매(fire-sale)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 예금취급기관 자산의 70~80%를 차지하는 대출채권을 활용하면 중앙은행으로부터 충분한 유동성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대기성 여신제도 운영시 시장성 증권만 아니라 대출채권까지를 적격담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으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실무적 주요 이슈는 없는지 유관기관과 함께 검토하고, 관련 제도 개선이나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기로 했다.
이 기간은 1년 내외로 예상된다. 이후 금통위에서 의결 후 시행할 계획이다.
비은행기관에 대해서는 향후 한은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 자료제출요구에 관한 제도적 여건이 갖춰진 뒤 대출채권을 적격담보 범위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