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1.4조 공사비 정산 분쟁…정부 "해외 말고 국내서 풀어라"
중재 개시 9개월 만에 나온 정부 권고
'권한남용·배임' 법적 리스크 얽혀 복잡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모기업인 한국전력공사(015760)를 상대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기한 바라카 원전 사업비 정산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27일 권고했다.
이번 분쟁은 한국이 지난 2009년 수주한 첫 해외 원전 프로젝트인 UAE 바라카 원전의 공사비 정산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수원은 발주처와 한전의 귀책으로 공기 지연과 추가 작업이 발생했다며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 원)의 추가 비용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1~4호기 지연 비용을 먼저 발주처인 ENEC와 협의해 정산받아야만 한수원과 협력사에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자신들이 발주처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하도급·운영지원 용역 구조인 만큼, 발주처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한전이 선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간 분쟁 장기화로 과도한 소송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해외 중재 과정에서 원전 관련 민감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양측이 선임한 법률대리인 비용만 총 370억 원에 달해, 분쟁이 길어질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양 기관이 권고를 수용해 사건을 KCAB로 이관할 경우 비용 절감과 기술 유출 우려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권고에는 단순한 중재기관 변경뿐 아니라, 양측이 정기 협의체를 구성해 근본적 합의 방안을 지속 논의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권고 이행 여부는 한전과 한수원 각각의 이사회 심의·의결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다양한 중재 방안을 모색했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 자율적 경영 원칙이 있어 이번 분쟁 해소에 대한 정부의 개입 범위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권고' 수준의 중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는 조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한전법, 원자력 관련 법, 건설 분쟁 관련 심의 절차를 활용하는 등 후보 방안에 대해 법체처 유권 해석, 법률 자문, 한전·한수원과의 협의 등 다방면의 검토를 진행해 왔다.
다만 각 방안은 양사가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산업부의 권한남용 우려가 있어 실제 권고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한전과 한수원도 분쟁 해소 의지가 있으나, 합의를 통해 기대 이익이 줄어들 경우 배임에 해당할 우려가 있어 운신의 폭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쟁 중재 절차를 국내로 옮겨 진행하는 것은 배임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이보다 더 나아간 권고안은 양 기업에 배임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산업부는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개최해 권고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 및 쟁점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의결했다.
김창희 원전전략기획관은 "이번 산업부의 권고를 계기로 한전과 한수원이 그간의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고, 국제사회와 해외 파트너로부터 신뢰받는 사업자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신학 차관은 "공직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할 일을 할 수 있게, 기관장이 확실히 책임지라는 국무회의 지시에 따라, 적극행정 활성화 및 공무원 보호방안을 완비했다"면서 "담당 공직자들이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나 책임 추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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