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관세 카드 꺼낸 트럼프 속내는?…정부, 주말쯤 러트닉 면담 추진

입법 지연 명분 삼았지만 투자·디지털 규제까지 '복합 압박' 가능성
실제 부과보다 협상용 전략 관측…정부, 주말쯤 美 의도 파악할 듯

ⓒ News1 이창규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부과를 기습 선언하며 한미 통상 관계의 불안감을 다시 키웠다. 정부가 "미측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 중"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오는 29일 미국으로 급거 이동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긴급 면담을 갖는다.

이번 접촉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을 넘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한국 국회의 입법 정체,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한미 간 얽힌 통상 현안 전반을 다루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행정 절차 언급 없이 '국회'를 직격했다는 점에서, 실제 부과보다는 즉각적인 입법과 투자 집행을 끌어내려는 고도의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구윤철 "트럼프 의도 아무것도 파악된 게 없어…주말쯤 알게될 듯"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27일) 국비공개로 진행된 보고에서 "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25%를 들고나왔는지 재경부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파악된 게 없다. 관세 25%를 한다지만 기간이나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 정부가 공식 채널로 (전달)받은 게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야당 의원들의 긴급 현안 질의 요구에 대해선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기에 현안 질의를 열어도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상무장관을 만나는 주말쯤 내용이 파악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 내부에서도 관세 인상 발언의 배경과 수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국회 승인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상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면에 보다 복합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는 △대미 투자 집행 속도에 대한 불만 △디지털·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경계 △한국을 '압박 사례'로 삼아 다른 국가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과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 국회의 비준 또는 입법 절차를 압박해,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매듭지으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EU의 경우 각국의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인 반면 한국은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으로서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관련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 측으로부터 보다 확실한 이행을 담보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 양국은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 투자는 즉각적·의무적 집행이 아닌, 시장 여건과 환율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행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최근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투자 집행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 속, 구윤철 부총리가 외신 인터뷰에서 “상반기 중 대미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언급한 점이 미국 측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쿠팡 개인정보 유출 대응,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등 미국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지털 이슈가 겹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 명분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SNS 메시지에는 디지털 규제나 특정 기업 문제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당장은 투자 이행과 입법 절차를 중심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보다 뚜렷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철회한 사례, 캐나다를 상대로 한 고율 관세 언급 등도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관세가 통상 수단을 넘어 외교·안보·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범용 압박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美 정확한 의도 파악에 주력…김정관, 이번 주말께 러트닉 만날 듯

정부는 이번 사안을 단기적인 관세 분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우선 주력하는 모습이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일정 종료 후인 29일 미국으로 이동해 주말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협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방미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접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 본부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며 "아직 정확한 배경과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며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USTR 대표와 만나 양국 정부 간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당국은 이번 발언이 실제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협상 국면에서의 압박 메시지에 그칠지를 가늠하는 동시에 국회의 입법 절차와 대미 투자 이행 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관세 인상 여부 자체보다, 한미 간 합의 이행을 둘러싼 신뢰 관리와 통상 프레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입법, 대미 투자, 디지털 규제까지 얽힌 복합 변수를 향후 정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미 통상 관계의 긴장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관세 관련 보고를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6.1.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