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엔 물 주고 폭우엔 물 빼고…농진청 '자동 물관리' 기술 개발
토양수분 실시간 측정해 관수·배수 자동 제어…이상기상 대응
자동관개로 농업용수 22% 절감…통합 기술 적용 콩 수량 40%↑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이상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노지 밭작물의 물 공급과 배수를 관리하는 기술 개발·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뭄 때는 부족한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집중호우 때는 넘치는 물을 땅속으로 빠르게 빼내는 방식이다. 농진청은 각각의 관개·배수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두 기능을 하나로 묶은 통합 자동 물관리 기술도 개발했다.
4일 농진청에 따르면 올해 7~8월 전국에서 발생한 폭염·가뭄 피해 면적은 5887.8헥타르(ha)에 달했다. 농작물재해보험 지급액도 수년째 1조 원을 웃도는 등 기상재해에 따른 농가의 경영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물순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록적인 호우와 고온·강수 부족에 따른 가뭄 등 극한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가 극한강수를 강화하는 한편 많은 지역에서 가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농업 분야의 주요 적응 수단으로 물관리와 토양수분 보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농진청은 사후 복구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가뭄과 과습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자동관개와 땅속배수 기술을 개발해 현장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자동관개 기술은 토양수분 상태를 확인해 작물에 필요한 만큼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토양수분 센서가 설정된 수치보다 토양이 건조해졌다고 판단하면 조금씩 물이 나오는 '점적관'이나 스프링클러 등을 통해 물을 공급한다. 기상정보를 활용해 물을 경작지에 공급할 시점을 결정하는 자동관개 기술도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효과는 물 사용량과 노동력 절감에서 나타났다. 자동관개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관행 방식보다 농업용수를 22% 절약할 수 있고, 관수에 투입되는 노력 비용도 ha당 연 130만 원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44개소, 74.5ha에 해당 기술을 보급했다.
지중점적 자동관개를 적용한 시험에서는 생산량 증가 효과도 확인됐다. 콩 수량은 10아르(a)당 356kg으로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 282kg보다 26% 증가했고, 참깨는 142kg으로 적용하지 않은 경우 104kg보다 37% 늘었다. 스프링클러 방식에서 10a당 60톤이던 관개량은 지중점적 자동관개를 적용했을 때 47톤으로 줄었다.
집중호우 때는 논이나 밭에 고인 물을 얼마나 빠르게 빼내느냐가 중요하다. 토양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작물 뿌리가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육이 떨어지는 습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이 보급하고 있는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은 땅을 대규모로 파헤치지 않고 배수관을 지하 40~50cm 깊이에 매설해 토양 속 과잉 수분을 빼내는 방식이다. 트랙터나 굴삭기에 장비를 부착해 이동하면서 배수관을 매설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배수 효과가 확인됐다. 최근 경남 진주의 논참깨 재배지에서는 땅속배수 기술을 적용한 논의 토양수분이 무배수 논보다 15.6% 낮게 유지됐다. 집중호우 직후 지하수위도 무처리 논보다 최대 4.6배 빠르게 안정됐다.
콩 재배 시험에서도 땅속배수 기술을 적용한 농가의 수량은 10a당 405.0kg으로 기존대로 하던 농가의 313.9kg보다 29% 많았다. 상품성이 높은 대립종 비율도 기존 농가 80.0%에서 시범 농가 88.5%로 높아졌다.
기술을 적용한 농가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경남 진주에서 논참깨를 재배하는 강동규 씨는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을 적용했더니 땅속에서 물을 빨리 빼줘 참깨 기계 파종과 재배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최근 가뭄과 집중호우에 각각 대응하던 두 기술을 하나로 합친 '관·배수 통합 자동 물관리 기술'도 개발했다.
토양수분 센서와 휴대용 단말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동해 토양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토양이 설정값보다 건조하면 관수 밸브를 열어 물을 공급한다.
반대로 집중호우 등으로 토양수분이 설정값보다 높아지면 배수 밸브를 작동시켜 과도한 물을 빼내는 방식이다. 사람이 매번 토양 상태를 확인해 물을 대거나 빼지 않아도 가뭄과 과습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23~2024년 시험에서는 관·배수 통합 기술을 적용한 콩 수량이 10a당 416kg으로 별도의 관·배수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 298kg보다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관개를 적용했을 때는 377kg, 땅속배수를 적용했을 때는 332kg이었다.
농진청은 관·배수 통합 자동 물관리 기술의 현장실증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 뒤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가뭄 때는 물을 공급하고 집중호우 때는 신속히 빼내는 방식으로 기상 여건에 따른 토양수분 변화를 자동 관리해 노지 밭작물의 안정적인 생산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seungjun24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