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화상 입는다"…농진청 '자동 햇빛차단망'으로 일소 피해 34% 뚝
폭염 땐 자동으로 펼쳐져 과수 보호…농민이 직접 작동도 가능
일소뿐 아니라 우박·조류 피해도 감소…관리 노동력 37% 절감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햇볕은 과일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지나치면 과일도 사람처럼 화상을 입는다. 고온과 강한 햇빛에 과실 표면이 데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햇볕데임(일소)' 피해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고온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과수 농가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과수원 온도를 낮추고 강한 햇빛을 막는 다목적 햇빛차단망 보급을 확대해 대응에 나섰다.
3일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해 햇빛차단망을 보급한 전국 15개 시군의 기술 도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차단망을 설치한 농가는 미설치 농가보다 햇볕데임 피해가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소는 과실 표면이 고온과 강한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마치 데인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고온장해다. 피해를 본 과실은 표면이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으로 변한 뒤 갈색으로 변하고, 심하면 피해 부위가 썩고, 손상 조직을 통해 탄저병 등 2차 병해가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외관이 변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수확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이 같은 피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장기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1973~2025년 10년당 0.28도씩 상승했다. 특히 2024~2026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각각 25.6도(℃), 25.7도, 25.4도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 1~3위를 기록했다. 고온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강한 직사광선과 수분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과실 표면 온도가 높아져 일소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농진청이 보급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다목적 햇빛차단망'은 강한 햇빛이 과수에 직접 닿는 것을 줄여 과수원 내부 온도를 낮추는 장치다. 차단망을 설치하면 과수원 내부 온도를 약 3도 낮출 수 있어 일소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차단망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설정한 온도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상 기온이 오르면 차단망이 자동으로 펼쳐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다시 걷히는 방식이다. 농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버튼을 눌러 직접 차단망을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이 직접 과수 위쪽의 차단망을 펼치거나 걷어야 하는 고공작업 부담을 줄이면서 이상고온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농진청은 전국 15개 시군, 총 15헥타르(ha)에 햇빛차단망 보급을 완료했다. 현재 수확이 끝난 지역을 중심으로 농가별 기술 도입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햇볕데임 감소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사업에 참여한 과수 농가 양용씨는 "여름철 폭염이 심해질 때마다 햇볕데임 피해 걱정이 컸는데 차단망을 설치한 뒤 피해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우박과 서리 등 이상기상 피해 예방도 가능해 과수 품질 향상과 경영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햇빛차단망의 효과는 일소 예방에만 그치지 않았다. 농진청이 지난해 보급 지역을 분석한 결과 미설치 농가와 비교해 햇볕데임 피해는 34%, 우박 피해는 37%, 조류 피해는 29% 감소했다. 관리에 들어가는 노동력도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햇빛을 차단하는 동시에 우박이나 새 등 외부 피해를 막고, 자동 개폐 기능을 통해 관리 부담까지 낮춘 것이다.
농진청은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보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내년에는 '이상고온 대응 및 노동력 절감 과수 안정 생산 기술 시범' 사업을 18개소, 27ha로 확대한다. 햇빛차단망뿐 아니라 미세 살수 장치 등 지역과 과수원 여건에 맞는 고온 대응 기술도 함께 보급할 예정이다.
노형일 농진청 농촌지원국장은 "햇빛차단망과 같은 실효성 있는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현장 보급을 가속해 여름철 이상고온으로 인한 피해 예방과 감소에 주력하겠다"며 "기후 변동성이 커져 농가의 어려움이 큰 만큼 현장 맞춤형 기술 발굴과 보급에도 속도를 내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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