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물 보니 '반미' 대신 '평화'…대미외교 효과?

NYT "北 선전용 포스터에서 '反美' 메시지 빠져"
북한 내 탈이데올로기 흐름 가속화 전망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5일과 19일 트위터에 게시한 선전 포스터. ⓒ News1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공개한 선전용 포스터에서 반미(反美) 메시지가 사라져 관심을 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최근 트위터에 게시한 선전용 포스터들을 소개했다.

NYT가 주목한 북한의 선전 포스터는 모두 2건. 그 중 하나엔 두 남성이 한반도기를 배경으로 '4·27선언'이란 문구가 적힌 책자를 들고 있는 모습과 함께 "온 겨레가 민족자주의 기치 밑에 하나로 굳게 뭉쳐 부강 번영하는 통일강국을 일떠세우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두 남성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포스터엔 '자주통일'과 '공동번영'이란 깃발을 매단 불도저 2대가 확성기와 철조망, 군사분계선 팻말 등을 밀고 지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포스터엔 "조선반도(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가자!"가 문구도 적혀 있다.

이 포스터들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전후로 공개됐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4일과 17일, 19일 트위터 계정에 연이어 게시한 선전 포스터. ⓒ News1

NYT는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는 이 포스터들은 북한이 지난해 일련의 핵·미사일 실험,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핵 위협 공방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의 벼랑 끝으로 몰아갔던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며 "반미 메시지가 빠진 점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의 지속적인 대남 행보에 대한 북한 내 지지와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유예라는 카드를 제시함에 따라 북한 비핵화 과정을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는 포스터를 공개한 것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북한 내부의 '이념색깔 빼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이상 반미, 반제국주의라는 적대감으로 체제를 유지하기 힘든 만큼 이데올로기의 탈색화를 진행하는 차원이란 해석이다.

또한 차드 캐롤 주한 미군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최근 선전 포스터와 관련해 △반미메시지가 사라지고 △4·27 남북정상회담과 △경제가 강조되고 있다며 북한 여성들이 쇼핑바구니로 보이는 것을 여러 개 들고 있는 선전물을 올리기도 했다.

북한이 선전물을 활용해 이념에서 벗어나 시장경제의 모습을 강조하는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내 군부 등 일부 대미강경론자들도 있지만 북한 인민들이 김 위원장의 변화를 바라고 있어 이 흐름은 순항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드 캐롤 주한 미군 대변인이 21일 트위터 계정에 게시한 선전물 ⓒ News1

탈북자 출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지금은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누그러뜨리는 단계지만 나중에는 미국 체제의 장점에 대해서도 표현할 수 있다"며 "북한도 (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보호를 받아 시장경제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선전포스터를 보이지 않는 대미외교 수단으로 활용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공개된 포스터만을 가지고 북한이 체제 변화에 돌입했다는 해석은 다소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내 반미 목소리가 줄었다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지 않는 만큼 당장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NYT 역시 북한의 선전 포스터에 나타난 변화에 주목하면서도 "북한이 그간 전개해왔던 반미 선전을 중단하고 이를 미국에 대한 유화적인 메시지로 전환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ggod6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