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민간단체 "당혹...北 진의-전망 뭐냐" 촉각

"이산가족상봉 연기, 금강산관광 패키지 전략"
"이석기 사태 등 정치상황도 영향"...당분간 밀고당기기

남북 적십자사가 2013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석하는 최종명단을 교환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남북이산가족 찾기 신청 접수처에서 한 직원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의 갑작스런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발표에 대해 대북 민간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배경과 향후 사태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일단 북한의 돌연한 조치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연계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최근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태 등 최근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이 북한에게 불편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승환 6·15공동선언실천 정책위원장은 2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북으로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강 재개를 확실하게 한묶음으로 가져가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산가족 숙소 문제와 함께 내달 2일 금강산관광 실무회담 제안에 답변이 없었던 것도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남북관계가 북이 원하는 속도로 보장될 수 있을지 저울질했던 것 같다"면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늦춰 금강산관광 재개 일정을 비슷하게 맞추기를 바라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숙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연계시키려고 했다"며 "이 부분을 풀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것 같다"며 북한의 상봉연기 의도를 해석했다.

최근 '이석기 의원 사태' 등으로 인해 남한에서 형성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승환 위원장은 "최근 국내 정치·사회에서 이석기 사태 등으로 인해 북한 비판이 고조되는 남측의 상황이 북쪽으로서는 불편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정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북한의 이산가족 행사 연기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환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이미 재가동을 시작했고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다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적지만 북이 밀고당기는 식으로 시간을 끌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 "6자회담이나 남측의 정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철 위원장 역시 "북한의 사정으로 봐서 경제적 궁핍과 대외적 고립을 탈피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다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이산가족상봉이 무산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북한이 바라는 해외투자도 이뤄질 수 없는 걸 알기에 이면적 해결방안도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