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다"던 軍 '하이엔드' 자폭드론…발사 10초 만에 추락 엔딩[르포]

국방과학연구소 개발 자폭드론 전투시험 불발…2차례 시도에도 추락
지상 시험 통과했는데 해상에선 날지 못해…원인 조사 중

지난 25일 부산 남방해상 마라도함에서 진행된 해군 자폭용 드론 해상운용 검증 전투실험에서 자폭용 드론이 발진하며 불완전 연소를 보이는 모습. 2026.8.26/뉴스1(공동취재)

(부산=뉴스1) 김기성 기자

"저궤도 위성통신을 처음 탑재했고, 이동표적 정밀 타격 기술에 10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하며…."

지난 25일 오후 3시 부산광역시 남방 해상. 해군의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갑판에선 국방과학연구소(ADD), 해군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설렌 모습으로 ADD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 군이 개발 중인 자폭드론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동식 지휘통제소에서 "발사" 명령이 하달되자, 함수 2시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캐니스터 발사대에서 굉음과 함께 긴 붉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자폭드론이 발사대를 빠져나와 공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이내 로켓추진체의 불길이 끊어졌고 드론의 기수 부분이 살짝 위를 향한 채 기체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마라도함 함교가 있는 '아일랜드'를 향해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다.

순간 로켓추진체에서 다시 붉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오면서 검은 매연이 갑판을 덮쳤다. 연료가 불완전연소한 것이다. 그 때문에 발생한 분진과 매연을 들이마시자 매연 분자가 코와 호흡기 점막에 착 달라붙는 느낌과 함께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럼에도 로켓의 힘으로 다시 예정된 진행 방향으로 날아가는 듯했던 드론은 고개를 숙인 채 비정상적인 기동을 했다.

역할을 다한 로켓추진체가 자폭드론에서 떨어져 나오고 드론의 프로펠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으나 바닥을 향한 드론의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리지 못했다. 자폭드론은 그대로 마라도함 좌현 인근 해상으로 추락했다. 발사부터 추락까지 10여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5일 부산 남방해상 마라도함에서 진행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자폭용 드론 해상 운용 검증 전투실험에서 자폭용 드론이 목표물을 향해 발진한 후 바다에 추락한 모습. 2026.8.26/뉴스1(공동취재)

ADD는 1차 발사가 실패하자 전시용으로 갑판에 뒀던 같은 기종의 자폭드론으로 2차 발사를 준비했다.

1차 발사로부터 약 2시간이 흐른 오후 5시 30분, 캐니스터 발사대에 설치된 전시용 자폭드론의 로켓추진체는 다시 지휘소의 "발사" 명령과 함께 매서운 굉음과 함께 불기둥을 내뿜었다.

발사대에서 사출된 두 번째 자폭드론의 로켓추진체는 역할을 다하고 드론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해 떨어져 나갔다. 이어 드론의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1차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해군은 자폭드론의 이동표적을 실제 타격하는 전투실험을 해보지도 못한 채 상황을 종료했다.

육상 실험 때는 정상 비행했지만…첫 해상 비행 시도부터 실패

이 드론에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와 자동표적인식기능이 탑재됐다. 상용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 링크도 최초로 활용해 원거리에서도 정찰 영상을 실시간 송수신하고 타격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고정 및 이동 표적을 다양한 각도에서 타격할 수 있는 100%의 명중률을 확인했고, 드론에 탑재하는 탄두 역시 국외 유사급 탄두보다 높은 중량을 탑재해 그 성능도 검증됐다고 한다.

또 ADD는 육상에서 차량 발사, 발사대 레일 발사, 로켓추진발사 등 발사플랫폼 다양화 실험도 진행해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ADD는 2024년 4월부터 중형급 자폭드론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해 올해 9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자폭드론의 외형은 전폭 약 3m, 전장 약 2m 크기의 고정익 형태로, 머리 부분에는 EO/IR 렌즈가 탑재돼 있고, 동력원으로 프로펠러 엔진을 사용했다. ADD 주관으로 대한항공(003490), 한화시스템(272210),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079550)가 각각 기체, 지휘통신체계, 로켓추진발사체 개발에 참여했고, 프로펠러 엔진은 수입산이 탑재됐다.

자폭드론이 발사될 마라도함 갑판 함수에는 드론을 2대 발사할 수 있는 캐니스터 발사대, 지휘통신소 등이 차려져 있었다.

지난 25일 부산 남방 해상 마라도함에서 진행된 해군 자폭용 드론 해상운용 검증 전투실험에서 자폭용 드론이 발진하는 모습을 해군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6/뉴스1

ADD 관계자는 시험발사 직전 "이번 자산은 '하이엔드' 기술이 집약적으로 들어가 있고, 원거리 다중 통신 방식이 적용돼 유사급인 IAI(이스라엘)의 하롭보다 월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각 군의 소요와 운용개념에 맞게 하이엔드 기술을 분산·결합해서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현재 기종은 최신 기술이 집약돼 있어 가격이 비싸지만, 이란이 운용하는 '샤헤드', 미국의 '루카스' 자폭드론과 같이 필요한 기술만 적용하고 부품 국산화를 통해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군은 이번 자폭드론 전투실험을 진행하고 체계 개발과 전력화를 거쳐 마라도함과 같은 독도급(LPH) 대형수송함에 군집형 자폭드론을 탑재하고 향후 유·무인전력모함에도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 시험 실패로 인해 계획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ADD는 육상실험에 이어 해상에서 이동 표적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전투실험을 기획했다. 이번 실험은 마라도함 앞에서 호위함인 전북함(FFG-813)이 두 차례 이동 표적인 고속무인정을 향해 두 발의 함포 사격을 가한 뒤 로켓추진체의 도움으로 이륙한 자폭드론이 표적 정찰 후 실제 타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안전상 자폭드론 탄두에는 폭약을 탑재하지 않았다.

ADD 관계자는 발사 실패 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과 다르게 기체를 모두 분해해 승선하고 함선에서 재조립해 실험을 준비했고, 1차 발사 이후 재조립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유력하게 보고 2차 준비 과정에서 다시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본의 아니게 1~2차 결과 모두 유사한 증상이 나왔고, 지상통제체계로 수집한 데이터로 역학 조사를 해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밀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여 회 비행을 수행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과제를 마친 상태라 자신이 있었다"면서 "(지상 실험 당시 유사 추락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발사 직전까지 시스템 상태는 모두 정상이었고 해상에서 바람 조건도 잔잔했으며, 강풍에도 운용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2차 발사를 자신 있게 밀어붙였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 마무리 예정인 이번 자폭드론 개발사업의 종료 시점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본 과제는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과제로,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근간으로 향후 전력화를 기대하는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이번 전투실험으로 해상운용가능성을 확인하려 했지만 현재까지 밝혀내지 못한 (추락) 원인을 함께 감안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해군은 향후 자폭드론 체계개발 과정에서 이번에 진행하지 못한 자폭드론 전투실험을 진행하며 소요제기 방향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