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만 쫓는 한국군…'초연결 네트워크·전장 데이터' 없으면 무용지물
현대전, AI 활용한 기반 조성이 승패 갈라…민간 기술도 활용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인공지능(AI) 활용이 필수가 된 현대전에서 전투·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다영역 감시자산과 초연결 네트워크 등 기반 체계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18일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아산정책연구원을 통해 발간한 'AI 전쟁의 본격화와 한국군의 대응 방향' 이슈브리프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등 현대전에서는 AI를 통한 광범위한 전투 데이터 수집과 AI·전투지휘체계의 결합 등이 전장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는 SNS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여러 SNS로 제보되는 러시아군의 활동을 일원화한 후 적군의 위치, 규모, 공격 방향 및 매복 전력 등을 예측했다. 또 일인칭(FPV) 자폭 드론의 카메라로 전투 행동을 개전 초부터 축적, 드론 공격의 정확성을 높이며 오늘날 드론 부대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정찰드론으로 파악한 표적 정보를 저궤도 군집위성 기반의 민간 초연결 네트워크인 스타링크를 활용, 러시아군의 기동 플랫폼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전투지휘체계에 내장된 포병화력통제체계 지아이에스 아르타(GIS-Arta)는 AI를 통해 이같은 실시간 변경 사항을 반영, 즉각적으로 공격 수단을 할당해 러시아군의 전력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유사한 전투지휘체계는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에서 운용 중인 정찰·감시용 휴머노이드 '팬텀 MK-1'에도 적용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에서 활용된 메이븐(Maven) 스마트 시스템 역시 지상, 해상, 공중, 전자기 스펙트럼 등 다영역으로 전개된 감시 자산으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활용, '장대한 분노' 개시 24시간 만에 100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AI는 지하화된 군사시설, 도시에 차폐된 운용 인원 및 장비 등으로 포착이 어려운 이란의 주요 표적들을 효과적으로 식별하도록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조 교수는 실제 전장에서 AI 기반 지휘체계와 무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다영역 감시자산 △전장 가시화 체계 △초연결 네트워크 등 '3대 기반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다영역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의미 있는 군사적 행동으로 연결할 때 AI의 군사적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쟁에서 열세에 놓인 비대칭 세력은 감시와 화력을 피하고자 지하나 도심, 민간 시설에 숨어 기습을 노리기 때문에 원거리 조기 감시가 어렵다. 조 교수는 이처럼 은폐된 표적을 효율적으로 포착하고 가시화하기 위해선 인간정보(HUMINT)와 신호정보(SIGINT), 위성 자산의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할 군사·상용 위성 기반의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교수는 한국군이 AI 기술 고도화에만 치중하고 있어, 핵심 기반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경우 AI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 중인 러-우 전쟁 파병 경험이 있고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전투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다. 반면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 이후 전쟁 수행 경험이 없고, AI 전쟁 관련 전훈분석단을 파견하지도 않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한국도 우크라이나와 미국처럼 국내외 민간 기업과 적극 협력해 이들의 우주 통신망과 다영역 감시자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정찰 위성이 있긴 하나 소수이며, 재방문 주기도 상대적으로 길다. 장거리 정찰 드론을 개발할 만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아, 추후 AI 기술을 고도화하더라도 이를 효용적으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등 전쟁수행국과 협력해 AI 무기에 적용될 전장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올해 6월 러시아의 무기체계를 분석하는 데이터를 동맹국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가속화되면서 이같은 대응이 한국군의 전투체계 구축과 전투 발전에도 유의미하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민간의 SAR 군집위성에 AI 공간 분석 기술을 접목해 특정 지역을 감시하는 군사위성으로 활용하거나, 무인항공기(MUAV)에 시긴트 모듈을 장착해 지하 및 터널 움직임을 감시하는 전파 탐지 자산으로 쓸 수 있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운용한다면 실시간대 시한성 표적을 무력화하는 'AI 킬체인' 구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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