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에 신임장 제출, '완전체' 된 스틸 대사…본격 한미 현안 조율

트럼프 2기 첫 주한미대사…1년 7개월 만에 대사 공백 해소
대미 투자·쿠팡·안보협의 산적…워싱턴-韓 가교 역할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에게 신임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12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12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며 대사로서 '완전한 권한'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모든 부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임 이후 1년 7개월간 이어진 주한미국대사의 공백도 이날로 해소됐다.

지난달 30일 한국 부임 후 신임장 제정 전부터 한국계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스틸 대사는 앞으로 쿠팡 사태와 대미 투자, 한미 안보협의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 소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스틸 대사를 비롯해 포르투갈·아랍에미리트(UAE)·아일랜드 등 신임 주한 상주대사 4명으로부터 신임장을 제출받았다. 신임장은 한국에 부임하는 대사의 국가 원수가 그의 신변을 보장한다는 뜻을 가진 문서로, 각 대사들은 신임장 원본을 대통령에게 제출하면서 3부 요인과의 만남 등 제한 없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틸 대사는 남편이자 공화당의 원로 인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숀 스틸 변호사와 함께 참석해 신임장을 제출한 뒤 이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했다. 스틸 대사가 이 대통령과 공식석상에서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인 스틸 대사는 지난 4월 지명돼 6월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한 뒤 지난달 30일 입국했다. 이후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을 잇달아 만나며 활동 폭을 넓혀 왔다. 광화문광장과 남대문시장, 영락교회 등을 찾으며 한국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행보도 이어왔다.

스틸 대사는 입국 당시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떠받치는 '린치핀'(핵심축)으로 남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틸 대사는 산적한 한미 현안을 풀어가는 역할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에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후속 이행부터 쿠팡 문제의 탈출구 모색, 안보협의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에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미투자 1차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양국 간 협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등을 논의하는 한미 안보협의는 1차 회의 이후 2차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쿠팡 사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당국이 수사와 제재에 나선 것을 두고 미 의회와 백악관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정보통신망법과 온라인플랫폼법 역시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관련 조치가 국내법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들 문제가 한미관계 전반의 부담으로 번지지 않도록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스틸 대사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재선 하원의원 출신인 스틸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미 의회 인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네트워크를 갖췄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간 한미 당국이 주한대사 없이 '원거리 소통'을 해야 했다면, 이제 공식·비공식적으로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대사 부임의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주한미국대사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입장과 국익을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스틸 대사의 부임이 곧 한미 간 현안의 '빠른 해소'를 보장한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외교에서는 아주 사소한 작은 시그널 하나도 중요한 의미로 여겨진다"며 대중국·북한 인권 문제에 강한 목소리를 내온 스틸 대사가 부임한 만큼 정부도 스틸 대사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더 선명하게 전달하는 등 대미 외교의 방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