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어 정통망법·안보협의 지연…한미관계 순항 '툭툭' 건드리는 요인들

美 의회·국무부, 정통망법에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 제기
쿠팡 이견 속 안보협의 지연…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분위기 전환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8.0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쿠팡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불편한 기류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재처리를 논의할 안보협의도 지연된 데 이어, 개정 정보통신망법과 손현보 목사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이 한미 관계 추동에 다시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10일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정부는 정통망법 개정은 '국내 사안'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과는 무관한 조치라는 입장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 목사의 방미는 한미 간 현안 추진과 연관이 없는 문제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美 공화당 "정통망법, 미국 기업 겨냥"… 외교부 "차별 없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가짜뉴스를 유통하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우는 정통망법이 미국 기업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냈다.

짐 조던 미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공개한 서한에서 개정 정통망법을 "온라인상의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페이스북과 엑스(X), 유튜브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서한에는 조던 위원장과 그간 쿠팡의 입장을 옹호해 온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동참했다.

특히 조던 위원장은 서한에 한국 정부가 법 시행 계획을 이달 20일까지 브리핑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통망법 개정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는 상당 기간 지속돼 왔다. 정통망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에서 의결돼 지난 7일 시행됐다. 법안의 취지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엑스(X)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삭제·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이를 '표현의 자유'와 연계해 한국 정부가 특정 기업을 차별하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무부도 이 법이 "미국 기반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라고 여러 차례 우려를 밝혀 왔다. 이 법은 쿠팡 사태와 연계, '미국 기업 차별' 프레임과 결합해 미국 측의 압박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사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지난 2월 방한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미 의회와 한미 당국 간 소통 계기에 이 법이 미국 내 우려와 무관한 취지로 제정·시행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수시로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 사안에 대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 한미 현안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외교부는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추진된 법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미 법사위에 도입 취지와 효과를 적극 설명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尹 탄핵 반대' 손현보 목사, 백악관서 트럼프 접견하며 묘한 기류

보수 기독교계 진영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던 손 목사는 지난 2월 미 국무부 관계자를 만난 데 이어 6월에는 라일리 반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차관보 등을 접촉하며 미국 정치권과의 접촉면을 꾸준히 넓혀 왔다.

정치권에서는 손 목사의 이러한 행보를 주시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윤 전 대통령 측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손 목사의 이번 접견은 미 보수 기독교계 인사인 롭 매코이 목사가 주선했고,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석고문 측과 국내 교회들이 구축해 온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목사는 접견 전 미 보수 기독교 방송에 출연해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다"며 한국의 종교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번 접견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사후에도 면담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무부 등 행정부에서 한 번도 이 사안을 공식적인 채널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손 목사의 행보가 한미 현안에 직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수 기독교계는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라며 "손 목사와 사진을 찍어준 것은 지지층을 향한 '서비스'로, 한국 정부와 적대적으로 비칠 비용보다 지지층에 주는 편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 문제, 안보협의에 불똥…2차 회의 일정은 아직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간 가장 질기고 어려운 현안 중 하나인 쿠팡 문제는 대미 투자 문제, 한미 안보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달 1일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규제했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쿠팡 사안에 개입했으며, 관련 내용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쿠팡 측의 일방적 주장이 담겼다. 중간보고서인 만큼 추가 보고서나 청문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며 압박을 강화하고, 한국의 역점 사업인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안보협의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 한미는 지난 6월 첫 안보협의에 이어 7월 개최를 예상했던 2차 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정부는 쿠팡 문제의 영향은 인정하면서도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중동전쟁을 비롯한 여러 상황이 한미의 고위급 회담을 늦춘 측면이 있다"며 "실무 협의는 계속돼 왔고 머지않아 또 고위급 협상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선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과의 외교적 성과를 내세워 지지율 회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중 대미 투자의 첫 프로젝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면이 넓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공식 부임하며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강화할 수 있게 됨 점도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