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정체성 파괴" 거세지는 사관학교 통합 반대…2000명 모여 궐기대회

3군 총동창회·야당 의원, 국회 모여 '통합 반대' 궐기대회…정치 쟁점화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거 연사로 참석…정치 쟁점화 양상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궐기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6.7.8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8일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 사관학교와 연관된 지역단체 등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국회에 모여 사관학교 개편 구상을 '졸속 추진'이라고 비판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국방부의 사관학교 통합 정책이 설득력이 없는 '국군 정체성 파괴'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하는 등 야당 의원이 대거 참석하며 사관학교 통합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국회 본관 계단 앞에 모인 참석자들은 제각기 '국방 파괴 행위 중단',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현장에는 '대한민국 국군의 정체성과 역사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국군의 미래를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도 등장했다.

총동창회는 결의문에서 "국가안보는 결코 정부의 정책 실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장교 양성체계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은 국군의 역사와 전통, 정체성과 전문성, 국가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가적 현안"이라며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검증과 국민적 공감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총동창회는 정부에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장교 양성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또 육사의 지방 이전을 중단하고, 사관학교 개혁이 필요하다면 현역·예비역 군사 전문가, 군 원로, 교육계, 사관생도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공개적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명분도 실리도 없다"…전 육군총장 "간부 복무 여건 개선이 우선"

육사(31기)·3성 장군 출신의 한기호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가 정책이 추진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실리가 있어야 한다"며 "사관학교 통합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1·2학년을 묶어서 한 학교를 만들고 3·4학년 때 육사·해사·공사를 따로 교육한다면 사관학교가 3개에서 4개가 되는 것"이라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실제로 명분과 실리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요환 전 육군참모총장은 사관학교 통합보다 군 간부 복무 여건 개선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정부가 국가와 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관학교 통합 이전보다 먼저 군 간부들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7.8 ⓒ 뉴스1 신웅수 기자
"바다 보고 성장해야" "공군 DNA 훼손"…해·공군도 반대 목소리

각 군 총동창회도 군별 특성과 정체성 훼손을 우려했다.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해군 사관생도는 바다를 보고 바다의 냄새를 맡으며 해군 장교로 성장해야 한다"라며 "2+2 네트워크형 통합은 해군 장교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공중·우주 환경에 특화된 정예 장교를 양성하기 어렵다"라며 "각 군이 오랜 세월 쌓아온 고유한 문화와 정신은 합동 전장을 구현하는 강력한 무형의 힘"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군 특유의 DNA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주입할 수 없다"라고 했다.

육사 총동창회 측은 육사의 역사성과 태릉 교정 이전 문제를 부각했다. 이들은 "육사는 올해로 개교 80주년을 맞았다"라며 "정부가 1·2학년을 통합 교육한 뒤 화랑대가 아닌 전남 장성에서 상급학년 교육을 받게 한다는 것은 육사의 전통과 호국정신의 맥을 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 대거 참석…예비역 반발 수준 넘어 정치 쟁점화

이날 행사에는 윤상현·김기현·김정재·조은희·진종오·강선영·유용원·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연사로 참석했다. 사관학교 통합 반대 여론이 예비역·동창회 차원을 넘어 야권의 대정부 공세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분류된다. 국방부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를 통합 선발하는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1~2학년에는 군종 구분 없이 기초 소양과 공통 전공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3~4학년에는 각 군 사관학교로 돌아가 군별 특화 심화 교육과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2+2 네트워크형 통합' 구상을 검토해 왔다.

국방부는 이르면 2028학년도 신입생부터 통합 선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의 경우 서울 노원구 태릉 교정을 폐교하고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의 전통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통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최근 사관학교 입학성적 저하 문제를 언급하며 "사관학교 규모를 키워 전문화한 각 군 특성화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 6일 안 장관이 직접 발표하려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 브리핑을 시작 한 시간 반 전 연기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서는 반대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가 발표 시기와 추진 방식 조율에 신중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궐기대회를 계기로 사관학교 통합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총동창회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군의 미래, 국민의 안전과 평화로운 삶을 위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끝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