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느리지만 과거사 문제 첫걸음…조세이 탄광 유해 DNA 조사한다

李 "과거사 문제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
전문가 "잊히고 소외당했던 문제…한일 함께한 것에 의미"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6.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한일 양국이 84년 만에 '조세이 탄광'의 비극을 수습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이후 두 번째로 만나 소수의 참모만 배석하는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까지 90여 분간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8월 조세이 탄광에서 수습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해 한일 양국이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인 지난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이 무너지면서 일제로부터 강제 동원된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를 비롯해 일본인 관리자 47명 등 183명이 수몰됐다. 사고 당시 탄광을 소유했던 일본 기업은 '추가 사고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별도의 사고 수습 없이 갱도 입구를 막아 버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일본인 피해자들도 상당수 발생했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도 조세이 탄광 사건의 재조사와 유해 발굴에 대한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탄광을 운영한 민간 기업에 책임이 있는 사고"라는 입장이었다.

한일은 우선 민간 차원에서 일부 협력을 진행해 지난해 처음으로 매몰자의 유해 일부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지난해 한일 공동 조사를 진행한 데 따른 결과다.

그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는 조세이 탄광과 관련해 한일 당국 차원의 첫 합의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나 조선인 강제 징용 관련 다른 사안은 일단 보류하고, 일본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과 관련 여론의 반향이 있는 이 사안을 과거사 문제로 제기해 일본 측의 협력을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와 관련해 DNA 감정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된 것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자리한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일은 유해의 DNA 검사를 위한 실무 협의를 곧 개시할 예정이다. 이후 조선인 징용자의 유해가 확인될 경우, 봉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조세이 탄광 외에 한일 간 해묵은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두 정상이 위안부 문제나 사도광산 등 다른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논의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세이 탄광 관련 협력을 위한 정상 간 합의도 분명히 과거사 현안에 대한 합의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고 이를 공동발표 형식으로 공식화한 것은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올해 초에 진행한 뉴스1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앞으로 양국이 함께 공감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과거사 사안들을 적극 발굴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한일이 이미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양국 공동의 관심을 반영한 사안을 발굴하기 위한 소통을 상당 기간 진행해 왔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세이 탄광 문제는 그간 양국 사이의 민감한 현안이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잊히고 소외당했던 역사 문제 중에 하나"라며 "이번에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시작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이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이슈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사 해결에 있어 새로운 방식 추구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