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극복" 외쳤지만…안규백표 軍 쇄신 완성, 내년으로 넘어간다

12·3 비상계엄 1년…'신상' 이뤄졌으나 '필벌' 여전히 완수 못 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 2025.11.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비상계엄 이후 집권한 이재명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인 안규백 장관은 국방부·군에 대한 강력한 쇄신을 예고했으나, 비상계엄과 관련한 각종 수사·조사가 이어지면서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안 장관은 3일 이날 비상계엄 1주년을 맞이해 "불법 사태에 가담한 사람은 엄중 처벌하고 국민의 군대를 재건하겠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안 장관은 지난 1일에도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 1년 담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 군의 비상계엄 연루에 대해 사과했다.

안 장관은 이날 오후 전군주요관회의를 주재해 비상계엄 1년 관련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전군의 주요 직위자 150여 명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안 장관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 재건 △2040년 군 구조 개편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간부 처우·복지 개선 등 주요 국방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결집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자신이 7월 25일 장관에 취임한 이후 주요 성과로 △군 지휘부 쇄신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의 내란 공식 인정 및 사과 △내란 관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및 감사 등을 꼽았으나, 그는 군을 '정상화'하는 임무는 아직 완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질의를 하며 군을 비판하는 역할을 맡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국방부의 비상계엄 사태 수습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됐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이 된 안 장관은 취임 전부터 줄곧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지키는 데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라며 비상계엄 신상필벌을 예고했다. 이후 '헌법수호 유공자' 포상 및 특진 등이 이뤄지는 등 '신상' 부분에선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필벌'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비상계엄 가담자를 사실상의 범죄자로 보고 있으나, 야당 등에선 "법의 심판이 내려지지 않았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 장관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준장 진급·진급예정자 삼정검 수여식에 참석해, 수여자에게 삼정검을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9/뉴스1

안 장관의 인적 쇄신이 정부 정책에 의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주도로 범정부 차원으로 구성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의 존재 때문이다. 이 TF는 비상계엄 관련 군인과 공무원, 군무원 등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됐다.

국방부 차원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안 장관을 단장으로 민간 자문위원을 포함해 총 50여명 규모로 편성됐다. TF는 국방부가 그간 비상계엄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진행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지만, TF 활동 기간이 내년 1월까지인 만큼 올해는 자체 조사와 TF 조사 결과를 종합한 후속조치를 시행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총리실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후 계룡대에서 서울로 오는 이른바 '계엄 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전 육군 법무실장에 대해 경징계인 근신 10일 처분을 했으나, 김민석 국무총리가 징계 수위가 낮다며 이를 취소하자 중징계인 강등으로 처분 수위를 바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초 징계를 국방부에서 확정한 것은 안 장관의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상 '더 강한 징계를 하라'는 요구가 내려온 것은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영(令)이 서지 않는 것"이라며 "안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이번 주 장성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생각보다 정부 내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관련 신상필벌 외 '안규백표 국방정책'도 올해는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 9월 안 장관 지시로 장관 직속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미래 전략 △헌법 가치 정착 △군 내 사망 사고 △군 방첩·보안 재설계 △사관학교 개혁 등 5개 분과로 활동한다. 위원회는 연말까지 정책안을 도출해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반영한 국방부의 정책은 내년에야 도출될 수 있는 셈이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