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잠수함 등 안보 현안 포괄적 논의…공동성명 공개는 연기(종합)
57차 SCM 개최…국방비 인상·핵잠·전작권 전환 등 의견 교환
공동성명,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 담긴 '팩트시트' 발표 이후 공개
- 허고운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예원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4일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개최했다. 이번 SCM 이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유의미한 발표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양측은 합의문 발표를 연기했다.
SCM은 한미가 실무급 등에서 논의해 온 주요 군사 현안과 정책을 놓고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보고받고 협의하는 자리다.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올해 SCM 일정을 공개하면서 △대북정책 공조 △연합방위태세 △확장억제 △지역 안보 협력 △사이버·우주·미사일 협력 △방산 협력 △국방과학기술 협력 등을 공식 의제로 밝혔다.
한미 장관은 이날 오전에 만나 회의를 진행한 뒤 오후에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으나, SCM 공동성명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르면 금명간 공개될 한미 간 통상·안보 합의 결과가 담긴 '팩트시트'의 내용과 SCM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이 연계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SCM에서 전작권이나 핵잠수함 등 특정 사안에 집중하기보다는 안보 현안을 놓고 포괄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오늘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미래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라며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안보 환경과 미래에 대응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방안 도출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가 아주 엄중한 안보 환경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며 "한국은 다른 동맹에게 모범이 되는 '모델 동맹국'으로, 저는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미사일, 사이버 등 필수 전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무됐다"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미 정상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합의한 것에 대해선 "역사적 거래"라고 표현하며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행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큰 능력을 갖는 것에 마음을 열고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이라며 "핵잠수함이 한국 자체 방어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그러면서 "한국은 조선업에서 세계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고, 잠수함뿐만 아니라 수상함에서의 협력도 확대·심화해 나가길 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 조선소를 미국의 '필리조선소'로 지목하며 이 사업도 미국에 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즉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인식을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내 조선소에서 자체 기술로 핵잠수함 건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우리는 앞으로 조선업뿐만 아니라 지상장비 부분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것에 공감했다"라며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모든 전사들이 최선의 준비를 하도록 합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한미 양국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전작권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전작권은 유사시에 한미 연합전력을 총괄 지휘·통제하는 권한으로, 현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는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간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검증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한국은 FOC 평가를 마치고 현재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미는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일정과 함께 FOC 검증을 마무리하는 목표 시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FMC 진입 로드맵을 마련,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환 달성을 위한 일정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이 대만 침공 등 유사시 개입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역내 다른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라며 "우리는 한국에 위해가 되지 않도록 핵 확장 억제를 변함없이 제공하겠지만, 재래식 방어에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에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은 한국과의 협의를 거쳐 필요시 북한 외 다른 위협에도 대응하는 임무를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안규백 장관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한국이 핵무기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가입국으로서 핵을 본질적으로 가질 수 없는 나라"라며 "한국에서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핵·재래식 통합(CNI)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