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좌표 입력 오류, 용서받지 못할 일"…공군 내부에서도 '한숨'

"본인 의지 아니더라도 수시로 좌표 확인 기회 있어" 내부 전언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의 가정집이 통제되고 있다. 2025.3.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한병찬 기자 = 군 당국이 29명의 부상자를 낸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좌표 오기라고 밝힌 가운데, 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이번 사고에 정통한 군 소식통은 7일 "좌표를 입력하는 건 기초적, 기본적 업무며, 이번 훈련 장소(승진과학화훈련장)의 경우 자주 가던 사격장이라 익숙한 좌표를 하달받았을 것"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좌표를 3차례 확인하도록 돼 있다'는 것은 정말 최소한의 숫자를 말하는 것이고, 실제 현장에선 조종사가 편대별 리더를 통한 교차 검증이나 비행 전 작전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좌표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좌표는 그냥 입력하면 끝나는 문제라서 평소에 어떤 '입력 연습'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기본 중에 기본 사항"이라며 "좌표를 제대로 찍었는지 확인한다는 건 '일 더하기 일'을 수학 시간마다 복습하는 격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체크가 안 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공군 내부에 좌표를 재차 확인하거나, 상부의 교차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인식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소식통은 "공군 내에서는 다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이번 일은 용서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서로 상황을 물어보지 못할 정도로 예민한 기류가 공군 내부에 형성된 상황"이라며 "다들 불난 데 기름 붓게 될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군 당국은 △전투기 조종사가 작전사령부에서 하달받은 좌표를 지상 사무실에서 저장 장치에 입력할 때 △장치를 전투기로 가져가 정보를 동기화시킬 때 △폭탄 투하 전 맨눈으로 투하 위치를 확인할 때 총 3차례에 걸쳐 좌표를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가 1번기 조종사의 잘못된 좌표 입력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조종사는 군용 WGS84 경·위도 좌표 체계의 15개 좌표 중 위도 좌표 1개를 부정확하게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전에 투입된 두 대의 전투기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 이 소식통은 "2번기는 리더(1번기)가 (폭탄을) 떨어뜨리니 그냥 따라서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측했다.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 인근의 가정에서 집주인이 망연자실 앉아 있다. 2025.3.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사고 발생 후 공군 내부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어수선해졌다고 한다. 사고가 '공군의 핵심'인 전투기 조종사의 기초적 실수로 발생했다는 것과,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연습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 지휘부에서는 이번 훈련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침체한 내부 사기를 진작하고 떨어진 군 신뢰를 회복할 기회로 여긴 것으로 전해져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를 엄중하게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7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6일 발족한 공군의 사고대책위원회와 육군의 현장통제지원본부도 사고대책본부 아래 운영된다. 구체적인 사고 경위 및 피해배상 방안은 오는 10일 발표될 예정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