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연고 외국인 치료비 '독박' 쓴 병원들…드러난 것만 십수억
6년 4개월 8억 못 받은 울산 동강병원 외에도 많아
남인순 "정부 대책과 외교적 협력 방안 마련할 때"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상당수 병원이 무연고 미등록 또는 중증장기 외국인의 치료를 떠맡은 뒤 치료비를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알려진 8억 3700만 원의 울산 동강병원 사례와 일부 병원에서의 1억여 원 등 드러난 것만 더해도 십수억 원 규모에 달한다. 정부의 대책과 외교적 협력이 요구된다.
27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미등록 또는 중증장기 외국인 환자의 치료비 미수금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증 상태로, 장기간 입원한 데에 따른 피해 금액이 억 단위에 이른다.
지난달 29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로 알려진 '울산 동천동강병원에서의 8억 3700만 원 미수금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강병원은 관광비자(C-1)로 입국한 뒤 일하다 쓰러진 무연고 중국인 환자를 6년 4개월간 치료하느라 8억 3700만 원의 미수금을 부담하게 됐다.
A 씨는 2019년 9월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울산 한 식당에 불법 취업했다. 설거지를 하던 A 씨는 취업 9일 만에 쓰러져 의식 불명으로 한 병원을 거친 뒤 뇌출혈 치료가 가능한 동강병원으로 전원됐다. 뇌출혈로 A 씨는 깨어나지 못했고, 6년 4개월간 치료받다 지난 4월 25일 숨졌다.
A 씨는 불법 체류자라, 우리 건강보험이 병원에 내줄 수 있는 돈은 없었고 본인이 부담해야만 했다. 직계 가족으로 중국에 딸이 있었지만, 미성년자였고 A 씨 딸과 친형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포기 문서만 전한 채 치료비를 내지 않았다. A 씨가 숨진 뒤 시신 인도 포기서도 냈다.
병원이 A 씨를 6년 4개월간 치료하며 짊어진 치료비는 8억 5500만 원에 달했다. 천주교 울산대리구의 기부금과 중국 부산총영사관, 중국 지방정부의 모금으로 1841만 원 전달됐으나 여전히 8억 3700만 원이 미납 상태다.
병원이 환자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A 씨는 스스로 숨 쉴 수 있었던 상태로, 사망을 유도할 수도 없었다. 정상적인 자격으로 90일 이상 체류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의료지원 사업'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이런 유사한 사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권익위가 파악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5월까지 의식 불명으로 장기 입원 중이거나 퇴원 후 전원 조치와 본국으로 송환된 중증장기 외국인 환자는 총 3건, 미수금은 총 2억 2595만 원에 이른다.
중국인 B 씨는 지난해 7월 응급실에 실려와 중환자실 입원 치료 후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 B 씨 가족이 본국 이송을 거부했다. 본국과 이송 등에 대해 9차례 논의한 끝에 올 2월에야 보낼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1억 1168만 5000원의 병원비는 못 받고 있다.
대만인 C 씨는 지난해 10월 경찰 지구대로부터 인계돼 D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급성기 치료는 마친 뒤 올 2월, 다른 E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억 4795만 1000원은 미수금 상태다. 이밖에 올 4월부터 외상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중국인 F 씨의 미수금 치료비는 4115만 9000원이다.
권익위는 A 씨의 치료비를 국가나 건강보험이 대신 내줄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병원이 무연고 미등록 외국인을 떠맡는 일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자의 본국 송환은 정부의 중재나 외교적 노력 없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는 "의료법 등에 따라 병원에 응급 중증장기 외국인 환자 진료 의무를 부여하며 체납 의료비와 본국 송환 등에 제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책임 전가와 같다"며 해외에선 체납 상태로 입원 중인 우리 국민의 치료비를 해당 국가가 대납한 뒤 국내 송환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와 복지부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 치료비 문제 해결과 본국 송환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또 복지부는 민간단체 등의 의료비 후원 연계를 검토하겠다면서도 송환 지연으로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공공의료기관으로의 전원 등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A 씨 치료를 돕기 위해 일정 금액을 기부했던 천주교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소속의 조광우 신부는 뉴스1에 "대안이 있으면 좋은데 쉽지 않다. 병원과 민간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며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특정 주체를 지목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왜 불법체류자'를 도와주느냐는 사회적 반발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자격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단,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남인순 의원 역시 "미수금과 송환 부담은 오롯이 의료기관에만 전가되고 있다"며 "장기 입원 시 해당 예산 부재로 민간단체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과 외교적 협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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