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위해 항일투쟁 나섰던 의료인들…무명 영웅도 상당수
의사·한의사·간호사 등…환자 돌보면서도 병원 등 활용
각 단체 "합당한 평가·예우 받을 수 있도록 지속 발굴"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8·15 광복 81주년을 기념해 아픈 환자를 돌보며 항일 독립운동에 나섰던 의료인들의 헌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각 의료인단체는 무명 영웅들의 노력을 지속해서 발굴하면서 이들이 합당한 역사적 평가와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15일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대한간호협회(간협)에 따르면 의사·한의사·간호사 출신 독립운동가는 상당수 추정되나, 국가보훈부 공훈 심사를 거쳐 훈격이 확정된 이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우선 의사 출신 독립운동가는 160명 이상 발굴됐다. 이들은 환자 치료를 넘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사상을 전파하며 직접 무장 투쟁에 가담했다. 후대에 잘 알려진 서재필 박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신문을 통해 국제사회에 독립의 당위성을 널리 알렸다.
이태준 선생은 '몽골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1910년대 의료선교 활동과 독립운동을 병행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지원을 위한 레닌 자금 운송 책임자 역할을 자처하며 무장 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투쟁을 본격화하는 데 기여했다.
김필순 선생 역시 만주와 내몽고에서 독립운동기지를 개척했으며 부상병들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단체 '신민회'에 가입했다. 서간도, 북경을 거쳐 몽골 인접지에서 병원을 열어 독립운동가를 치료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자해 선생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서간도와 북경으로 건너가 부상병을 치료하며 군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군의관으로 활동하며 광복군과 독립운동 세력을 도왔으며 광복 후에도 의사로서 의료 활동을 이어갔다.
박서양 선생은 백정 신분을 넘어 한국 최초의 의사면허를 받은 7명 중 1명이 됐다. 북간도에 의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봤고 숭신소학교를 설립해 민족 교육에도 힘썼다. 만주에서 벌어진 전투에도 참전해 부상병들을 치료했다.
의협은 "타국에서 병원을 열어 애국지사와 동포 건강을 돌보며 수익금을 독립자금으로 아낌없이 지원한 인물들은 너무나 많았다"며 "의료사에 의사 독립운동가의 정신과 업적을 분명히 새기고 후대의 귀감으로 삼을 때"라고 첨언했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말살하는 식민통치 과정에서 민족의학인 한의학 역시 강하게 억압했다. 구한말(조선 말기에서 대한 제국까지의 시기) 식자층이었던 한의사들은 이 과정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하거나 의진(의병진지)의 주요 참모 등 중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1913년 한의사를 '의생'으로 격하시킨 의사규칙이 한의사들로 하여금 일본 식민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게 했다. 한의약계의 투쟁은 △일본군과 직접 교전하거나 고위 관리, 친일파, 일제 주요 기관에 타격을 입히는 방략 △독립운동 단체 참가 등 다양하게 이뤄졌다.
함경남도 북청의 한의사 출신인 신홍균 선생은 중국 만주에서 독립운동가를 양성했다. 신홍균 선생의 조카인 신광렬 선생은 1930년 간도에서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옥고를 치른 뒤 8년 동안 일제의 눈을 피해 만주에서 독립운동가 치료에 매진했다.
신광렬 선생의 후손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자생의료재단 신준식 명예이사장이기도 하다. 자생한방병원은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한 민족병원이라는 설립 취지를 토대로 다양한 보훈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간호사들은 신학문과 근대 의료기술을 교육받은 전문직 여성들로서 독립운동의 최전선에 나섰다. 이들은 병원과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적·공간적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부상자 치료를 넘어 비밀문서와 군자금 운반, 독립운동가 보호, 만세운동 조직, 독립군 지원 등을 주도했다.
간호사들이 직접 독립운동 조직을 결성하고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박자혜 지사는 조선총독부의원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간우회를 결성하고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한 뒤 의열단의 활동을 지원하며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이애시 선생은 만주 신흥무관학교 의무처에서 간호장으로 활동하며 독립군과 부상자를 치료했고 최선화 지사는 한국혁명여성동맹에서 활동하면서 광복군 지원과 항일 선전 활동에 참여했다. 간호사들은 국내외 각종 현장에서 전문성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도맡았다.
한편, 간협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주체적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 간호사 74인'을 재조명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간호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한 학술·발굴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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