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3번만으로 '이것' 과다·중복 처방 억제…안전망 역할 톡톡
[병원 문을 넘은 마약] ③ 의쇼망, 투약이력 확인 의무 효과 확인
펜타닐 처방 환자 35.7%↓…"의사협회·소프트웨어 업체와도 공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여기가 그 처방 맛집? 어머, 여긴 꼭 가야 해! 하나둘 쌓여 봉투는 늘어나, 어느새 VVIP 콜렉터. 이제 그렇게는 안 돼요. 오남용될 의료용 마약류 처방 기록 확인돼요. 다 보고 있어요. 의료쇼핑 멈춰요. 과다·중복 처방, 오남용 안 돼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쇼핑방지정보망' 홍보영상)"
의사가 환자를 진료·처방할 때 환자의 지난 1년간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확인할 수 있는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의쇼망)이 시행 6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2년 전부터 '확인 의무화'까지 단행했더니 처방 환자 감소 등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오남용 사례가 다수 확인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정제·패치제'에 '투약이력 확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이래 2년 차에 펜타닐 패치 처방 환자가 35.7%, 처방 건수가 31.5%, 처방량이 24.2% 각각 감소하는 등 효과가 확인됐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부터 의료용 마약류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 전 의쇼망으로 환자의 과거 마약류 투약이력을 확인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다만, 당시에는 의사가 의쇼망 홈페이지를 직접 접속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의사는 12번의 클릭과 공인인증절차를 거쳐야만 투약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다. 의사가 쓰는 처방소프트웨어에서 손쉽게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따라서 식약처는 이력을 처방소프트웨어에서 자동 팝업 형태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기능 개발을 지원했다. 지난해 3월에는 행정적·기술적으로 돕기 위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도 개정했다. 이로써 의사는 3번의 클릭만으로 투약내역을 볼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펜타닐 정제·패치제'를 처방하기 전 반드시 환자의 1년간 투약이력을 확인해야 하는 제도를 2024년 6월 14일부터 시행했다. 처방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약을 처방하면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마통시스템)과 연계돼 자동 알림창으로 바로 투약이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수십 배, 모르핀의 100배에 달하는 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로 말기 암 환자 등 극심한 통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강력한 진정 작용으로 호흡 기능을 떨어뜨려 과다 복용했을 경우 저산소증으로 숨질 수도 있다. 치사량은 2㎎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불법 제조와 과다 복용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으며 국내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면서 10대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등 굉장히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각계 요구를 반영한 식약처는 제도 2년 차(2025년 6월 14일~2026년 6월 13일)가 된 최근 환자 수·처방 건수·처방량 모두 감소한 점을 파악했다. 투약내역 확인 결과 오남용이 우려되면, 처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조치가 반영된 모양새다.
식약처는 투약이력 확인 대상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지난해 6월), 식욕억제제(지난해 12월)로 점차 확대한 데 이어 수면유도제 졸피뎀(올 6월 19일), 마취유도제 프로포폴(올 8월) 등도 포함할 방침이다.
특히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처방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 소통협의체·설명회 개최·기술지원 같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의쇼망 이용 필요성에 대한 의사들의 이해를 도우려 대한의사협회 의사 필수 연수 교육에 의료용 마약류의 안전한 사용과 적정 관리를 강조하는 강좌를 개설했다.
환자의 투약이력을 나열식으로 제공하고 있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오남용 여부 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간단한 표 형태로 신속히 알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의쇼망 조회율은 시행 초(메틸페니데이트 2.1%·식욕억제제 7.4%)에 비해 각각 22.9%·24.5%로 집계되는 등 사용하는 의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201개 처방소프트웨어 중 196개에 졸피뎀 투약이력 연계를 마쳤다.
이밖에도 마통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처방·투약 정보를 확인해 오남용 조치기준을 벗어나 처방한 의사에게 서면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전알리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추적 관찰을 거쳐 처방 개선 여부 등을 검토해, 행정조치를 하고 있으며 위반 시 처분을 의뢰하고 있다.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 등의 조치기준을 벗어나 처방한 의사에게 정보를 전한 뒤 3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2023년 정보제공 단계에서 총 3957명이었던 의사는 추적 관찰 후 408명으로 89.7% 감소했다.
2024년(1114명 추적 관찰 후 165명으로 85.2% 감소)과 2025년(4506명 추적 관찰 후 533명으로 88.2% 감소)에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는 등 정보제공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의사의 적정 처방, 투약을 이끌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처방 전 '확인 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며 추진 대상과 시기, 방법 등에 관해선 의료계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오남용 예방 정책을 정교하게 수립·시행해, 의료용 마약류를 안전하고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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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마약은 병원 문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반포대교 추락사고와 동물병원 유출 사건은 치료의 공간이어야 할 병의원이 어떻게 프로포폴의 온상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 묵직한 경고음을 울렸다. 이에 정부는 처방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남용 의심 기관을 상시 추적하는 하반기 고강도 대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6월 26일,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뉴스1은 일상 속 의료용 마약의 그늘을 걷어낼 전방위적 대응 로드맵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