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마약도 집에서 검사"…코로나가 연 '자가검사 시대' 본격화
[식약처 사람들] 코로나 이후 자가검사 일상화…성병·마약·독감 확대
자가검사, 공중보건 대응 수단으로…"확진 검사 대체 아닌 보조수단"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임신테스트기처럼 집에서 간편하게 질병 여부를 확인하는 '자가검사'가 성병과 마약류, 독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자가검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만큼 관련 분야를 넓혀 공중보건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3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체외 진단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성병·마약류·독감 등 3개 분야도 자가검사용 체외 진단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그간 전문가용 중심으로 운영되던 진단 영역을 일반 소비자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자가검사를 통해 의료기관 방문 이전 단계에서 질병 여부를 선별할 수 있도록 해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자가검사용 제품은 임신테스트기, 혈당측정기 등 이미 생활 속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급증하면서 관련 기술과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총 17개 품목이 허가돼 2024년 기준 약 2700만 개가 생산됐으며 미국 등 주요국으로 수출되며 국내 진단기기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했다.
식약처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가검사 확대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감염병 대응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기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시 의료기관으로 연계함으로써 의료체계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독감의 경우 기술 발전이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검체 채취 과정이 까다롭고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비강(코 앞쪽) 검체 기반의 고감도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가검사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무증상 감염자 조기 선별과 지역사회 확산 차단 등 공중보건 관리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병 검사 역시 자가검사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분야다. 사회적 시선이나 심리적 부담으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감염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무증상 상태에서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식약처는 익명성이 보장된 자가검사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최소한의 선별 검사 수단을 제공하고 조기 발견과 치료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2025년에는 같은 취지로 HIV 자가검사 품목이 신설된 바 있다.
마약류 검사도 이번 개정안의 중요한 축이다. 현재는 전문가용 제품에 한해 체외 진단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성능과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비허가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방치하기보다 안전성과 정확성이 확보된 제품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 국민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가검사 확대가 곧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외려 자가검사용 제품에 대해 민감도, 특이도, 사용 적합성 등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평가할 계획이다. 위음성 등 판독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보다 강화된 심사 체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 사용 편의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관리도 강화된다. 제품 외부 포장에는 '자가검사용' 문구와 주의 사항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고, 검체 채취 방법과 결과 판독 절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가검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으로 확진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검사 결과가 음성이더라도 증상이 의심되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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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 출범 12주년을 맞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 안심이 기준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에 국제적 규제 기관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산업 육성과 국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내놓은 약속이 최근 수년 새 수백 건에 달한다. 이들이 내놓는 규제는 두 마리 토끼를 넘어 '최초, 혁신'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국민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식약처를 <뉴스1>이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