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우리 의료체계 나쁘지 않아"…78% '비대면진료' 반대
2020년 전국의사조사 "체계에 대체로 긍정, 정책에 과반수 부정"
대안 마련 앞서 사회적 토론·합의로 의사·일반인 인식 차 좁혀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의사들은 대체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를 나쁘게 보지 않지만, 상당수는 보건의료정책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비대면진료 도입'에 대해 78%의 응답자가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전국의사조사' 자료를 활용한 연구라,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 상황을 반영할 수 없는 한계점 등이 있지만 의사 집단과 일반인 간의 인식 격차는 언제든 상당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개혁·혁신에 앞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드러낸다.
19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학술지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에 신경수 신경수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박보현 국립창원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김영수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런 내용의 '한국 의사의 보건의료체계 및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인식과 영향 요인'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2020년 11월~2021년 1월 진행한 전국의사조사(KPS)의 진료 의사 5688명 응답 데이터를 토대로 국내 보건의료체계와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인식도를 분석했다.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열악 35.4%, 열악하지 않다 64.5%(보통 31.6%·우수 32.3%)였다. 반면 환자경험평가 확대 및 보상체계 연계 78.9%,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제도 84.7%, 비대면진료 도입 78% 등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선 과반수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연구진은 "2020년 조사(KPS)에서 나타난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긍정적 인식 증가는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무관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2016년 조사보다 긍정적 인식이 13%p(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환자경험평가 대상을 외래 환자와 의원급까지 확대하고, 이를 보상 제도와 연계하는 데에 △30대와 40대(연령) △개원의(직역) △내과계(내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전문과목) △의원(근무기관 종류)이면 부정적 인식률이 높았다.
다만 응답자의 95.3%는 환자를 하나의 인격체이자 파트너로 생각했으며 78.6%는 업무가 많아도 환자중심의료를 실천해야 한다고 답했다. 환자경험평가와 보상체계를 연관 짓는 운영방식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제도를 놓고선 △30대와 40대 △봉직의·수련의·공중보건의(공보의) △내과계에서, 비대면진료 도입을 두곤 △30대 이하 △미혼 △월 평균소득 500만 원 미만 △봉직의·수련의·공보의 △일반의 △의원과 병원이면 부정적 인식률이 각각 높았다.
연구진은 "젊을수록 의료개혁이나 의사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며 "빠르게 변하는 보건의료 환경에서 환자중심의료를 실천하는 데 있어 '현재 체계나 정책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다'고 젊은 의사들이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대면진료 도입에 관해선 "20~40대보다 50대 이상에서 제공 의향이 더 높았다. 내과계가 다른 진료과목 대비 상대적으로 (참여 의향이) 높았다"며 "확대에 있어 의료전달체계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각 기관 역할과 기능 내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명확히 확인할 순 없었으나 의대증원과 관련해 지난 2023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의사의 81.7%는 증원에 반대한 반면, 2024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응답 국민 76%는 증원 필요성에 동의하는 등 의사와 일반인 간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인식 격차는 큰 편이다.
연구진은 "3가지 정책 지표에서도 의사들의 부정적 인식도가 절대적으로 높았다"며 "의사 집단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결과에 근거해 봤을 때, 대안 마련에 앞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의사 집단과 일반인 간 인식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연내 국민·의료계 모두가 지지하는 '의료 혁신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무총리 소속의 사회적 논의 기구인 의료혁신위원회(혁신위)를 출범했다. 의료계는 물론 환자·소비자·시민사회 등 30명이 참여한다.
정부는 이 혁신위에서 논의할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지역을 순회해 의견을 수렴하고 내달 초 대국민 의료 이용 실태 설문조사를 추진한다. 이렇게 마련된 의견과 설문조사 결과를 내달 말까지 혁신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입학정원(의사인력 양성규모)을 논의·결정하기 위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도 개최하며 증원분 전체를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정심 논의와 혁신위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2월 3일 중 결론을 낼 전망이다.
그러나 의협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추계 결과를 의대증원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오는 31일 전국대표자대회를 여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선다. 의협은 2027학년도 의대정원을 올해와 같은 '3058명'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입장이라, 의정갈등 재현도 우려되고 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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