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처방 사법처리 148명 중 95%가 의사…수면제·비만약 집중
병역판정의사·수감자까지…징역형 18명·벌금형 69명
서미화 "진료 없이 처방 발급, 명백한 불법…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최근 5년간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한, 이른바 '대리처방'으로 사법처리되거나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150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제·비만치료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의 불법 처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처방전 발급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총 143명이다. 이 중 의사가 140명(97.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치과의사 5명, 한의사와 간호사가 각각 1명으로 확인됐다.
행정처분 유형별로는 자격정지 132명(92.3%)이 가장 많았으며, 면허취소 20명(14.0%)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0년 40명, 2021년 43명, 2022년 29명, 2023년 24명, 2024년 8명, 올해 상반기(6월 기준) 9명이었다.
같은 기간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은 총 148명으로 집계됐다. 형사처벌 유형별로는 벌금형 69명(46.6%)이 가장 많았고, 기소유예 46명(31.1%), 징역형 18명(12.1%), 선고유예 6명(4.0%) 순이었다. 이 중 면허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20명에 달했다. 직역별로는 의사가 140명(94.5%)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리처방에 가장 많이 사용된 의약품은 수면제(진정제 포함)와 비만 치료제였다. 각각 36건으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진통제 13건, 항생제 5건, 항우울제 4건 순으로 나타났다.
조직적인 대리처방 사례도 확인됐다. 인천 소재 A병원장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 19명과 공모해 총 4460건의 대리처방을 진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3983만 원의 요양급여를 부당 수급했다. 해당 병원장은 벌금 1000만 원과 자격정지 5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연루된 병역판정의사 5명은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복지부가 처분 결과를 병무청에 통보하지 않아 일부는 전담의사로 전역하거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 해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관 간 행정정보 공유 체계가 미비해 처벌 연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감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 처방한 사례도 있었다. 의사 B 씨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수용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처방전 140매를 발급해 교도소 수감자 35명에게 전달했다. 해당 의사는 민원인으로 가장한 보호자의 요구를 받고 4년간 불법 처방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법 제17조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한 후에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대리 발급하게 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서미화 의원은 "의료인이 환자를 보지도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복지부와 수사당국이 기관 간 통보체계를 정비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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