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대란 속 의료 '심각' 낮춘다는 복지부장관…李 "국민안전 시스템 전수점검"(종합)

국립대병원 과거 진료이력 확인 안돼…응급상황시 안전문제 직결
이 대통령 "시스템 엉터리 많아"…국민안전 시스템 점검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응급의료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길준 국립중앙의료원장, 이 대통령,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강승지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발생한 전산 장애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환자 접수와 진료, 감염병 신고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 해제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불편을 호소하는 와중에 '정상화'를 전제한 하향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심각 단계는 당초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필수 진료 공백이 우려돼 발령됐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른 전산망 장애로 의료현장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심각 단계 해제를 논의하기 성급하다는 것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대병원부터 중소병원, 의원급까지 광범위하게 전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국립대병원은 정부 행정망과의 연계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가장 컸다.

한 국립대병원에선 다른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이 전산으로 바로 확인되지 않아 30분 넘게 환자를 대기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응급 상황에서 이같은 지연이 발생하면 곧 환자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중소병원과 의원급에서도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누리집이 멈추면서 감염병 환자 발생 시 전화를 걸어 현황을 전달하고, 제대로 자료를 전달받았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소병원과 의원급은 자체 전산 인프라가 취약하고 행정·청구의 상당 부분을 공공 전산망에 의존하기에 더 막막한 것이다.

현장에서 진료·행정 모두 불편이 지속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추석 연휴까지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한 뒤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심각 단계 하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심각 단계 발령(2024년 2월)은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이 발생하면서 필수 진료 공백이 우려돼 발령된 조치다. 이후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건강보험 수가 인상, PA 간호사·촉탁의 인건비 지원 같은 보완책이 운영돼 왔다.

문제는 심각 단계가 해제될 경우 이 같은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진료과·지역·병원별로 전공의 복귀 편차가 큰 상황에서 지원까지 사라지면 오히려 정상화가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장은 "우리가 어렵다고 정부가 계속 지원해 줄지는 의문"이라며 "전산 장애 여파로 대민·행정 업무가 더뎌지는 부분도 있어, 단계 하향의 속도와 방식은 현장 회복 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생각보다 엉터리인 시스템이 많다"며 국민 안전, 위해 방지 등 시스템에 관한 전수 점검을 지시했다.

대통령조차 시스템 리스크를 인정한 가운데 복지부의 심각 단계 해제 시그널은 현장 목소리와 괴리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자와 의료진이 체감하는 불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하향 신호가 국민 안전을 뒷전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