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비만 치료로 시작한 GLP-1, 노화까지 잡을까…빅파마 '건강수명' 경쟁

심혈관·신장·간질환까지 영역 확장…노화 관련 질환 연구 활발
한미·동아ST 등 국내도 개발 속도…근손실 등 차세대 경쟁

자료사진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급성장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이 노화로 인한 각종 질환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LP-1 계열 약물은 심혈관·신장·간질환을 비롯해 뇌 건강 등으로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이를 모방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욕을 줄여 체중 감량을 돕는다.

GLP-1 계열을 대표하는 약물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큰 폭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이 같은 약물의 가능성이 체중 감량을 넘어 다른 만성질환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시험을 통해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20% 낮춘다는 효과를 확인했다. 미국에서는 비만·과체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로 허가됐으며, 지난해에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도 영역을 넓혔다.

티르제파타이드 역시 임상에서 비만 환자의 수면 중 호흡 장애를 줄이는 효과를 입증해 지난 2024년 미국에서 비만 성인의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이처럼 하나의 약물이 여러 만성질환에서 효과를 보이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은 GLP-1이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기초연구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노화와 관련된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경세포를 보호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손상된 단백질이나 세포 구성물을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을 활성화해 세포 손상을 줄일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우선 비만·대사질환을 중심으로 GLP-1 계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노화를 직접 겨냥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체중을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근손실 등 비만과 함께 나타나는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경쟁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는 동시에 제2형 당뇨병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은 최대한 보존하거나 늘리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비만치료제 경쟁이 장기화할수록 체중 감소량뿐 아니라 환자의 근육과 신체 기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관계사 메타비아를 통해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GLP-1 계열의 식욕 억제 효과에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효과까지 더해 체중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간 임상과 실제 의료현장의 데이터를 쌓아 어떤 환자와 질환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노화 자체를 독립적인 질병 적응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GLP-1이 비만·당뇨 치료를 넘어 활용 범위를 넓히려면 심혈관·신장·신경퇴행성 질환 등 개별 질환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과정이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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