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압박 현실화…제약사,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
"정부 약가인하 압력" "약가정책 변모" 공시에 '위험요인' 명시
제네릭 중심 구조 흔들…신약·해외·CDMO로 대응 분화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가격 구조를 손보는 약가 개편을 추진하면서 제약사들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약가 인하 압력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이 수익 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움직임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인하 압력' '약가정책 계속 변모' 등 정책 변수와 관련된 위험 요인을 공시에서 언급하고 있다.
정부는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 등을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기존보다 낮은 40%대로 조정하는 방향도 포함됐다. 대신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차등 보상과 위험분담제(RSA) 확대 등을 통해 보상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사업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높은 전통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품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사업 구조 재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약가 인하 영향이 큰 품목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재정비하고, 개량신약·복합제 개발 등을 통해 동일 성분 내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 병행되는 모습이다.
동아에스티는 위염치료제 ‘스티렌’의 급여 재평가와 약가 인하를 겪은 이후 당뇨병 신약 '슈가논' 등 자체 개발 품목과 복합제 라인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JW중외제약 역시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등 핵심 품목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신약 개발 중심 기업들은 국내 약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매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통해 로열티 기반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미약품 역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의 미국 출시와 파트너 판매를 통한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는 국내 약가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분산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신약 기업의 경우 기존 약가 인하의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신약 등재 가격과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대형 제약사들은 비급여 및 신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해외 매출 확대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며 보험 약가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존 전문의약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흐름이다.
또 다른 축인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은 생산 기반을 확대해 약가 정책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규 공장 증설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위탁생산 계약을 통해 계약 기반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계는 약가 정책 변화를 단순 리스크를 넘어 사업 구조 재편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약가 인하 압력이 지속될 경우 연구개발 투자 여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정책은 단순한 보건의료 정책을 넘어 기업 전략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라며 "정부의 신약 우대 정책이 실제 기업들의 R&D 체질 개선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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