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건강 돌봄, '보건복지 시스템 AI'가 필요하다[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편집자주 ...필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뇌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이자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으로 의료계와 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의학과 치의학의 경계, 장애인 치과, 지역사회 구강돌봄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은퇴 후 황금 노후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후, 슬기로운 노후 준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고, 2036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많은 고령자는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근감소증, 낙상, 인지 저하, 구강 노쇠, 영양 문제와 사회적 고립 등을 동시에 경험한다.

문제는 서로 연결된 건강 문제가 각기 다른 정책과 제도에 의해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은 질병을, 장기요양은 돌봄을, 복지기관은 생활 지원을, 보건소는 예방과 건강 관리를 담당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에서는 이 모든 것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

올해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살던 곳에서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돌봄을 통합적으로 지원받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본의료 전략'은 보건소와 의료취약지의 AI 진료 지원, 비대면 진료, 응급 통합 AI 플랫폼, '국민 AI 건강비서' 등을 제시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분명하다.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한 구직자가 AI 돌봄로봇 효돌이와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지 기자
사람 중심의 보건복지 시스템 AI

여기서 필요한 것이 '보건복지 시스템 AI'다. 아직 공식적인 정책 용어는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건강·의료·요양·복지 정보를 필요한 범위에서 안전하게 연결하고, AI가 위험을 분석해 예방·진료·재활·돌봄·사회서비스가 적시에 제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시스템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미국 연방정부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Rural Health Transformation Program'(RHTP)을 추진하고 있다.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지역 의료기관 연계, 의료인력 확보, 새로운 진료 모델, 비대면 진료, 데이터 공유와 디지털 기술을 지역 단위에서 함께 재설계하는 사업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건강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예방·의료·인력·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성과 중심으로 예산을 각 주에 집행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 AI가 영상 판독이나 특정 질환의 진단에 집중했다면 시스템 AI는 범위가 훨씬 넓다. 집에서부터 보건소, 의원, 병원, 장기요양기관, 복지기관까지 한 사람의 건강 변화를 지속해서 살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혼자 사는 고령자의 활동량과 식사량이 갑자기 줄면 건강 악화의 신호일 수 있다. 혈압·혈당·체중과 복약 정보를 함께 보면 만성질환 악화 위험을 살필 수 있고, 걸음걸이 변화는 낙상 위험을, 체중 감소는 영양 불량을, 씹기·삼키기와 구강 관리의 어려움은 구강 노쇠와 폐렴 위험을 알려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AI 기본의료도 현장 중심, 사람 중심의 보건복지 시스템 AI로 발전하고, 성과 중심으로 예산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AI가 찾아야 할 것은 '생활의 작은 변화'다

진정한 시스템 AI는 의료기관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고령자에게 중요한 것은 병명 하나를 더 정확하게 맞히는 것만큼 "며칠째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약을 자꾸 빼먹는다",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양치가 어려워졌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와 같은 일상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AI가 이러한 변화를 찾아내고 가족과 돌봄 제공자, 보건소, 일차 의료기관, 병원에 필요한 만큼 전달해 실제 서비스로 연결해야 질병과 돌봄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다. 건강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도 안 된다.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순간에 안전하게 공유되고 당사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 AI의 성패는 데이터의 양보다 보건소·의원·병원·장기요양·복지기관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실제 연결되고 통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치료하는 AI에서 '예방관리 AI'로

보건복지 시스템 AI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응급실 방문과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퇴원 후 재입원을 예방하며, 의료 취약 지역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 중심의 의료를 일상 속 예방관리로 확장해 고령자가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더 오래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도울 수 있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AI 판단에 대한 책임,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의 소외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것은 병원마다 더 많은 AI를 설치하는 것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요양·복지를 연결하는 보건복지 시스템 AI가 필요하다. 기술이 사람과 기관을 연결하고, 데이터가 예방으로 이어지며, 마지막 판단과 돌봄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AI는 단순한 의료기술을 넘어 고령자가 아프기 전에 살피고, 아파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가고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미래의 건강 인프라가 될 수 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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