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라는데 왜 소변이"…암 생존자들이 찾는 마지막 진료실 [K-메디컬리포트]
류호영 교수 "암 완치 뒤 뒤늦은 비뇨기 합병증, 적극적인 진료 필요"
국내 최초 비뇨기 특성화 이대비뇨기병원…암 후유증·고난도 수술 특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암은 다 고쳤다는데, 소변이 통 안 나오고 골반 깊은 곳이 지옥처럼 아픕니다."
대장암이나 부인암 등 생명을 위협하던 큰 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고된 방사선 치료까지 견뎌내며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들. 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기쁨도 잠시, 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복병이 찾아온다.
정작 암 수술을 집도하고 경과를 관찰해 온 담당 의사는 "수술 부위는 아주 잘 다듬어졌고 재발 소견도 없다"고 설명하지만 환자는 하루하루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과 배뇨 장애에 시달린다.
수술 후 수년이 지나 불청객처럼 찾아온 비뇨기계 부작용. 환자들은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몰라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이처럼 기존 의료체계가 미처 담아내지 못한 사각지대 환자들이 찾는 곳이 있다. 국내 최초 비뇨기 특성화병원으로 개원 4주년을 맞은 이대비뇨기병원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를 이끄는 류호영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가장 크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목으로 우리 사회에 여전히 견고하게 남아 있는 비뇨기 질환에 대한 '오해'와 '경각심 부족'을 꼽았다.
여전히 수많은 국민들이 비뇨기 질환을 그저 남성의 전유물이거나 단순 생식기 문제로만 치부한다. 그 결과 증상이 시작돼도 수치심이나 정보 부족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고 병을 키울 대로 키운 뒤에야 뒤늦게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많은 국민들께서 비뇨기 질환은 남성 위주 및 생식기에 치중된 분야라고 생각하십니다. 비뇨기 질환은 소변과 관련된 우리 몸의 모든 부위와 관련된 분야입니다. 남녀 구분 없이 소변과 관련된 이상징후가 있다면 주저 없이 비뇨의학과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류 교수는 나이가 들면 소변 장애를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경계했다.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 재활을 거치면 얼마든지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음에도 경각심이 떨어져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유독 많다는 지적이다.
류 교수가 특히 눈여겨보는 환자군은 대장암이나 직장암, 부인암 등 비뇨기계가 아닌 다른 암을 치료받은 이들이다. 골반 부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혈뇨, 배뇨장애, 골반 통증, 신기능 저하 등은 환자 스스로 비뇨기계 이상이라는 점을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상당수 환자들이 증상이 암 치료 후유증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거나 수년간 고통을 감내한다.
"타 영역 암을 수술한 환자분들 중 방사선 치료 등을 받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비뇨기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은 완치되었기에 담당 선생님은 이상 없다고 하지만 환자분들은 너무 불편하거든요. 타 영역이기에 비뇨의학과로 방문하는 시기도 늦어집니다. 이런 분들이 계신다면 꼭 비뇨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이대비뇨기병원은 이처럼 갈 곳을 잃은 사각지대 환자는 물론 인공방광수술, 다회 수술·방사선 치료로 조직 변형이 심한 고난도 환자들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류 교수는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손대기 힘든 고난도 수술 케이스와 암 치료 후 장기 손상을 입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집중하는 점이야말로 이대비뇨기병원만이 가진 가장 독보적인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뇨기계 수술 분야에서 최첨단 로봇수술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묻는 말 가운데 하나도 "반드시 로봇수술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전립선암 수술에서 로봇수술은 종양을 완벽히 제거하면서도 주변 신경과 혈관을 미세하게 보존해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같은 기능적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낸다. 하지만 류 교수는 최첨단 기술 뒤에 숨은 치료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류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에 있어 로봇수술은 우월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반드시 로봇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나이, 기저질환, 수술병력, 심지어 경제적인 문제로 로봇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의 조건이 있다. 최근 로봇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는데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은 수술을 돕는 하나의 도구일 뿐 전통적인 개복수술도 충분히 좋다"며 "삶의 질이 중요하다지만 의사 입장에서 암 치료보다 삶의 질을 우선순위에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독립된 진료체계가 가져온 진료 동선과 대기시간의 단축이다. 기존 대학병원에서는 진료를 받고 검사를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해 시술을 위해 몇 주씩 대기하는 지루한 과정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이대비뇨기병원에서는 외래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동선으로 모든 검사와 처치가 이어진다.
보통 종합병원 수술실 안에만 갖춰져 있는 이동형 엑스레이 투시촬영장치(C-arm)를 외래시술실에 직접 전면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요관 스텐트 설치나 국소 수술 같은 처치가 외래 방문 당일 곧바로 실행된다. 전립선 및 방광 조직검사 역시 내원 당일 검사부터 시행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며 수술 일정만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전문 간호 인력과 마취과의 밀착 협진을 통해 환자들의 수술 대기 시간을 대폭 줄였다.
류 교수는 "환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편의성"이라며 "외래 검사를 위해 이곳저곳 옮겨 다닐 필요 없이 건물 안에서 최소한의 동선으로 해결되고 전문 간호 인력과 마취과의 협업으로 긴 기다림 없이 가장 빠른 수술 날짜를 예약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축적한 임상 데이터가 미래 비뇨기 진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비뇨기병원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통용되는 교과서적 진료 방침보다 더 나은 방향을 연구하고 새로운 방침을 제시해야 합니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비뇨기 질환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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