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안 당하고 미국 가는 게 목표"…의대교육 질 저하 현실화
의협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ll 공동세미나' 개최
24·25학번 간 갈등도 문제…교수·직원 모두 무력감·허탈감 심해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무리하게 추진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여파로 2024·2025학번이 더블링되며, 급작스럽게 늘어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의대 교육 현장에서 교육의 질 저하가 본격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정책연구원 주최, 한국의학교육학회 주관으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ll 공동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채희복 충북대의대 교수는 기존 50명이던 정원이 현재 176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강의실·실습실 부족이라는 인프라 문제를 넘어 교수도 학생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현재 100석인 강의실을 176석으로 늘리고 있는데, 기자재 비용 예산은 다 취소됐다"며 "의대 강의실은 큰 강의실이 하나도 없어 학생들은 강당에서 불편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부학 실습 여건과 임상 실습 병원의 병상 부족, 졸업 후 제한된 인턴·전공의 TO 등을 문제로 꼽았다.
채 교수는 "학생의 의견을 물었더니 '유급이나 안 당하고 졸업하고 미국 가는 게 목표가 됐다', '이 많은 인원이 원하는 대로 인턴,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공의를 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러면 증원을 한 의미가 있나 싶다' 등의 답을 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수업을 듣는 학생이 2~3배로 늘어나며, 불안정한 수업 환경과, 유급에 대한 불안, 경쟁 등으로 인해 24학번과 25학번 사이 감정적 갈등이 생긴 점도 언급했다.
이날 김도환 고려대의대 교수는 이날 '의정 사태가 의학교육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의정 사태에 중심에 있지만, 그간 언론·미디어에서 자주 보이지 않았던 연구 강사, 직원들의 의견을 전했다.
그는 20여개의 의과대학의 의학 교육실·지원실·학생센터 등에서 학생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직원들의 생각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 응답에서는 "축소된 일정 속에서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학습 기간에 불만과 불평을 반복해서 접할 때마다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전했다"며 이들이 분노와 불신, 무력감을 넘어 체념하게 되고 결국 질이 낮은 교육 환경에 타협하게 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전에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울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잘 배우고 말고를 떠나 주어진 자원으로 수업 운영이 가능한가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 응답도 있다"고 알렸다.
김 교수는 "변화들 자체가 교육의 체계성과 연속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중단할 수도 없고 정상적인 교육을 지속할 수도 없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24학번 김동균 학생은 "3000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교육 시스템에 지금 6000명이 넘는 학생이 동시에 들어와 교육받는 구조이기에, 이러한 노력을 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장비와 공간 부족 문제 때문에 실습 영상으로 대체하거나 내용을 축소한 사례들이 이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성적과 평가 유급 문제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공포와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매년 20%를 유급시키겠다. 대량 유급시키면 해결될 거다"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모든 사회적 비용이 학생들 사이 갈등으로 전가되고 있지만, 학교와 학생 간 소통 체계가 사실상 붕괴해 "면담은 형식적이거나 거부되며, 학생 자치 기구는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공간과 장비, 인력 모두 병목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교육의 밀도와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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