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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간호사 최대 2만명…전공의 빈자리 채운다

불법 편법 사이 현장에 최소 5600명…의사들 번번이 반대
병원마다 환경, 이름, 업무 천차만별…최근에는 업무 과중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3-07 05:00 송고 | 2024-03-07 08:16 최종수정
가면을 쓴 의료기관 소속 PA 간호사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근본 과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직종 업무 범위 명확화, 무면허 불법 의료 근절,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5.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가면을 쓴 의료기관 소속 PA 간호사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근본 과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직종 업무 범위 명확화, 무면허 불법 의료 근절,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5.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공의들에 이어 그 빈자리를 지키던 전임의마저 계약 종료와 함께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현장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수술과 입원환자를 절반가량 줄인 빅5 병원의 경우 그 수치가 3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태 장기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PA(진료 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늘려 의료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PA 간호사는 2000년대 초부터 개별 병원이 활용한 인력으로 불법과 편법 사이에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참에 PA 간호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해 전공의 중심이었던 병원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PA)를 적극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그동안 의사 지시에 따라 의사 업무인 수술 보조, 검체 의뢰, 처방 대행, 봉합, 시술 등을 도맡았다. 의사의 진료 보조 업무만 하는 일반 간호사와는 다르다. 병원이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 뽑게 된 인력이다.

간호사가 PA의 대부분이라고는 하나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이 그 업무를 하는 병원도 있다. 병원마다 업무 경계도 모호하고 SA(Surgeon Assistant) 등 다양하게 불린다. 간호부가 아닌 의국 소속으로 수간호사가 아닌 의사 지시를 받는다.
다만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PA 면허가 있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명칭 정도를 따왔을 뿐 법적으로 근거나 정해진 업무범위가 없다.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된다.

2006년부로 의대정원이 동결된 가운데 전공의 등이 부족한 외과 분야에서는 PA 간호사가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수술 보조나 봉합, 수술 후 처치(드레싱) 등 전공의가 할 일을 대신 맡았다. 병원의 의사인력 공백을 PA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간호사 대상 구인구직 플랫폼 등을 보면 세부 업무를 명시하지 않은 채 'PA 모집' 등을 사용한다. 이들의 업무로 병동 환자 드레싱과 외래진료 보조 등을 명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채용공고 자체가 의료법 위반은 아니며, 실제 어떤 업무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 산하 병원간호사회가 추산하기를 PA는 5600명 이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나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의 추정치는 2만 명이다.

보건의료노조의 지난해 12월 전국 113개 의료기관 의사부족 실태조사 결과 PA는 서울아산병원(387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충남대병원(284명), 이화의료원(249명), 경상국립대병원(235명), 아주대의료원(137명), 영남대의료원(125명) 순이었다.

전국 16개 국립대병원(본·분원 합) PA 간호사는 지난해 7월 말 기준 총 1259명으로 2019년(895명)에 비해 40.7% 급증했다. 불법인 만큼 국립대병원은 별도 규정으로 운영 중이다. PA 간호사를 임상전담간호사(CPN)라는 이름으로 두고 있는 서울대병원에는 166명이 있다.

일각에서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은 물론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음지에만 있던 PA 간호사를 양성화·제도화할 때고, 그들 존재를 두고 찬반을 논할 때는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국 전문위원 23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의사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 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2.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국 전문위원 23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의사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 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2.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정부도 제도화를 검토한 바 있지만 의사단체 반대에 밀려 무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의대증원을 반대하면서도 PA 간호사는 불법 인력이라며 젊은 의사의 일자리는 물론 의료 붕괴까지 일으킬 사안이라고도 주장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PA 간호사든, 일반 간호사든) 노동 강도가 너무 강해 소진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사고 위험도 크고 연차 휴가를 강요하는 등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범사업 시행으로 병원마다 간호사 업무가 천차만별"이라고 호소했다.

박 부위원장은 "개별 간호사 입장에서는 '의료사고라도 나면 내가 처벌받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PA 간호사 제도화가 사태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들 이탈로 인한 업무 공백을 간호사가 짊어지지 않아야 한다. 우선 의사들의 빠른 현장 복귀를 촉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간호계 요구를 경청하는 모습이다.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고려해 그들의 업무 범위를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배포하는 한편, PA 간호사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복지부가 정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보면 일반 간호사, PA 간호사, 전문간호사로 나눠 수행 가능한 업무 기준을 세웠다. 응급상황에서의 동맥혈 채취, 심폐소생술, 코로나19 검사 등은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엑스레이, 대리수술 등은 수행할 수 없도록 각각 정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우리 입장은) PA 간호사는 불법이니 폐지하고 의사와 간호사 업무를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의 전날 '간호사 적극 활용' 중대본 회의 발언을 "적극 지지한다. 의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현재의 의료체계 개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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