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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국민학교' 바뀐 지 30년 됐는데…'유치원'은 요원

일제강점기 '요치엔'이라는 일본식 표현에서 유래
법 개정안 국회서 방치…과거에도 두차례 무산돼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24-03-01 07:05 송고
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유아학교명칭변경추진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4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유아학교명칭변경추진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4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3·1운동 105주년을 맞아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처럼 '유치원'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교육계에서 나온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심의 없이 방치되고 있어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치원'은 교육 분야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일제강점기 잔재다. 일본 학자들이 독일어의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요치엔'(幼稚園)으로 번역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국내 유치원의 역사도 일제강점기 일본인 자녀 교육을 위해 만들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때 사용하던 용어를 해방 이후에도 계속 사용했던 사례는 '국민학교'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국민'은 '황국신민'의 준말이다. 국민학교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다'는 취지로 1995년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이후 30년이 돼 가지만 일본식 조어인 유치원은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뿐 아니라 유아 교육의 인식 제고와 책무성 강화를 위해서도 유치원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교육계는 지적한다. 유치원에서 '유치'는 '나이가 어리다'는 것뿐 아니라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고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자는 것은 20여년 전부터 교육계가 요구한 숙원 과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회(교총) 등이 2002년 유아교육 발전 방안을 건의하면서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유아학교라는 명칭을 제안한 것은 교육기본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9조는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해 학교를 둔다'고 규정한다. 또 유아교육법 제2조2항은 '유치원이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설립·운영되는 학교'로 정의한다.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법 개정은 두 차례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2009년과 2014년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앞서 교육부도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보육계의 반발로 보류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0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방치되고 있다. 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유아학교 명칭 변경 추진연대'를 꾸리고 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음 달 있을 예정이어서 이번에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교총은 교육공약 과제 중 하나로 '유치원에서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을 다시 요구했다. 교총은 "교육기본법상 명백히 학교인 유치원을 아직도 유아학교로 변경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는 "일제 잔재 용어인 유치원 명칭을 청산하고 교육 중심 유보통합 실현, 유아교육의 국가 책무 강화를 위해 조속히 법 개정을 통해 유아학교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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